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영국계 은행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가 '제3자의 여신 심사 및 승인'을 금지하고 있는 금융감독 규정을 어기고 SC제일은행의 대출 23건에 대해 영국 본사 차원에서 심사·승인했다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개선 요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과정에서 국내 7개 그룹을 포함,총 23개 기업의 여신 관련 정보가 해당 기업들의 동의도 없이 영국 본사로 전달돼 기업 정보의 해외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27일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SC제일은행이 23건,한도 기준 141억4600만달러 규모의 대출을 할 때 SCB 본사의 GCC,CRO,RCC(여신심사 관련 조직들) 등이 실질적인 여신승인 행위를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제3자의 여신 심사와 승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이 이날 공개한 금감원의 '2006년 종합검사결과 보고서'에서는 "23건의 대출 서류를 검토한 결과 GCC 등 SCB그룹 부서가 여신에 대한 승인 조건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전 동의 또는 승인 형태로 운용하고 있어 ECC(SC제일은행 내 임원여신위원회)의 여신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행사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SC제일은행은 SCB그룹 또는 그 위임 조직에 의한 사전 승인 형태로 여신이 운용되지 않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라"고 요구했다.

신 의원은 "여신 심사시 수집되는 기업의 정보는 해당 기업으로서는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될 모든 정보가 망라돼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고객의 동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여과 없이 해외로 유출됐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또 SC제일은행이 재무관리 시스템 전산 서버를 관리하는 자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금감원에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소개하면서 "공시 자료도 아닌 은행 내부의 재무·고객 정보가 일방적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