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가치투자 펀드인 미국 템플턴이 한국에서도 철저히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간 평가 결과는 아직 '절반의 성공'으로 분석된다. SK㈜와 같은 종목에서는 무려 6배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남기고 있는 반면 KT 국순당 등에선 적지 않은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익이 날 때까지 끝까지 보유한다는 템플턴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템플턴은 2000년 초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후 그동안 25개 상장사 주식을 매입했으며,이 가운데 9개 종목에 대해선 아직까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템플턴의 매매 스타일을 보면 첫 번째 특징이 바로 장기 투자한다는 점이다. 한번 매입하면 최소 3년 이상 보유한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2001년부터 매입하기 시작,지분을 16.4%까지 확대한 이후 아직까지 그대로 들고 있다. 당시 주당 7000∼8000원대부터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주가가 4만원대로 올랐으니 단순 평가수익률은 500%를 웃돈다. 삼성정밀화학 자화전자 등도 6∼7년째 보유하고 있다.

장기 분할매수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2001년부터 매집하기 시작,2004년 초까지 무려 3년간 장기 분할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18.16%까지 늘렸다. 이는 주가 하락기에 평균 매수단가를 낮춰 장기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일종의 적립식 투자전략인 셈이다. 차익실현할 때도 분할매도 원칙을 고수한다.

템플턴은 매수 타이밍 잡기에도 귀재다. SK㈜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3년 4월 SK㈜ 주가가 외국인과 기관들의 뭇매로 1만원 선까지 추락했을 때 템플턴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대거 매집을 시작했다. 이후 SK㈜는 꾸준히 반등하면서 결과적으로 6배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남겨줬다.

손해가 나도 결코 처분하지 않고 끝까지 보유하는 전략도 엿보인다. KT의 경우가 그렇다. KT 주가는 2002년 취득 이후 떨어졌으나 아직 팔지 않고 있다. 허남권 신영투신 이사는 "템플턴의 경우 업황이 크게 망가지거나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한 중도에 털고 나온 적이 없다"며 "KT도 주가가 바닥권이라고 보고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번 손실을 입으면 반드시 나중에 만회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LG카드의 경우 템플턴은 당초 2003년 10% 이상 보유했으나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무려 8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처분한 적이 있다. 절치부심하던 템플턴은 2004년 5월 LG카드를 다시 매입했으며 현재 160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2003년 당시 손실을 만회하고도 800억원 이상 벌고 있는 셈이다.

허남권 이사는 "템플턴의 가치투자 전략은 아직 절반의 성공이지만 단타에 치중하는 경향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