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기업환경개선종합대책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근본적인 규제혁파 대신에 절차상의 규제 완화와 기존 정책의 짜깁기에 급급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경제5단체 등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온 핵심 과제들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철폐,적대적 M&A 방어대책 강구,이중대표소송제 도입 재검토 등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수도권내 공장 증설 문제는 개별 사안별로 내부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허용한다는 기존 방침이 재확인되는 데 그쳤다.

물론 '공장입지 유도지구' 신설,창업기업에 대한 부담금 면제 등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핵심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규제철폐를 늦출수록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고임금,고지가,과도한 규제 등으로 이미 사람과 돈,공장이 해외로 떠나는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세계 116위인 창업환경과 110위인 고용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반에 걸친 공동화는 불보듯 뻔하다.

지역균형발전이란 참여정부의 국정철학도 아예 실현될 수 없게 됨은 물론이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을 되찾으려면 경제정책을 성장 중심으로 재정립해야만 한다.

투자 증대를 위해 반(反)시장적 규제부터 과감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서비스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정책을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투자는 막으면서 신규 투자를 늘리고 사람도 더 뽑으라는 요구는 기업 입장에선 언어도단(言語道斷)에 다름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하이닉스반도체와 기아자동차의 수도권내 공장 증설이 하루빨리 허용되어야 할 이유다.

정부는 출총제 등 부작용이 큰 일률적이고 사전(事前)적인 규제의 조건없는 폐지와,기업의 투자 의욕을 부추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더 미뤄서는 안된다.

우선적으로 이번 대책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한편,기업인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