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주된 투자대상이자 금융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종종 지적되는 파생상품에 대한 국제 공동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금융 규제 당국 관계자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공동 규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한 국가 차원이 아닌 국경을 초월하는 다자간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애머랜스가 천연가스 파생상품 거래에서 무려 60억달러의 돈을 날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과 함께 주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 높아져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의 티모시 가이스너 총재와 영국 금융감독원(FSA)의 캘럼 맥커시 원장, 그리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아넷 나자렛 위원은 이날 공동으로 FT에 보낸 서한에서 "금융시장이 갈수록 통합되는 상황에서 파생상품의 문제점에 대한 국경을 초월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들 3개 기관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지대한 데 비춰볼 때 파생상품 규제에 이례적으로 공조키로 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장외파생상품 업계를 대변하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도 파생상품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파생상품의 위험에 즉각 대처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왔다.

특히 신용파생상품을 비롯 장외파생상품(OTC)의 경우 규모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반면 규제는 거의 받지 않아 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세계 최대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린 것도 바로 신용파생상품이 주범이었다.

◆헤지펀드 규제 논의도 본격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애머랜스가 파생상품 거래로 이달에만 무려 60억달러의 돈을 날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다시 가시화 되고 있다.

미 하원은 26일 새로운 헤지펀드 규제법안 제정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마이크 캐슬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헤지펀드의 거래 내역을 좀더 공개토록 하고 미 행정부로 하여금 헤지펀드 업계의 현황 파악 및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캐슬 의원은 "미국의 연금펀드들이 점점 더 많은 돈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장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


[ 용어풀이 ]

파생상품 =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등 기초자산을 토대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으로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을 말한다.

기초자산 투자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고안됐으나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성격 때문에 투기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헤지펀드들이 특히 투기적 거래로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이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