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1)는 지난달 디지털TV 등 가전제품 320만원어치를 사면서 신용카드 일시불로 결제했다.

이번 달 보너스와 월급 등으로 카드 대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카드 할부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써야 할 돈이 갑자기 늘면서 카드 대금(320만원)을 일시불로 결제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김씨는 '할부로 나눠 갚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마음으로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카드사에서는 리볼빙(revolving) 서비스라는 것을 권했다. 결제 금액 중 일부분만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은 나중에 내도 된다는 것이었다. 관건은 김씨가 리볼빙 서비스 신청 자격을 갖고 있느냐였다. 그동안 연체 경력이 없었던 김씨는 신용등급이 좋아 다행히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리볼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출범한 크레디트뷰로(CB)인 한국개인신용정보(KCB)가 개인의 신용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스코어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리볼빙 서비스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볼빙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제도로 카드 금액 상환 일정을 자신이 직접 설계하는 것이다. 일단 최소 3~10%에서 100%(사용액 전액)까지 미리 정한 비율의 결제금액만 내면 된다. 결제금액은 리볼빙으로 내야 하는 원금에 리볼빙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며 할부로 사용한 금액은 리볼빙 대상에서 제외된다. 리볼빙으로 내야 하는 원금은 지난달 리볼빙 잔액에 이번 달 신규사용액을 더한 금액을 결제비율로 나눈 것이다.

A은행카드사를 예로 들면 리볼빙 수수료 12%를 적용받고 결제비율을 50%로 정한 고객이 지난달에 일시불과 현금서비스로 각각 50만원을,이번 달에도 역시 같은 금액을 사용했다면 이 고객이 리볼빙으로 내야 하는 금액 원금은 200만원의 절반인 총 1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수수료 1만5000원을 더한 101만5000원이 이번 달 총 결제액이 된다. 그러나 카드사에서 최소결제비율을 10%로 자동설정하고 있어 이 고객은 101만5000원의 10%인 10만1500원만 내면 연체처리가 되지 않는다.

리볼빙의 장점은 가맹점에서 약정한 대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할부 구입과 달리 수시로 상환 비율을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사실. 또 카드 할부는 구입한 개별 상품에 한해서만 할부금을 내야 하지만 리볼빙의 경우 전체 카드 금액이나 선택한 상품 금액에 한해 적용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만원 상당의 상품 2개와 50만원짜리 물품 1개를 구입했으면 90만원 모두를 리볼빙으로 갚을 수도 있고 50만원만 리볼빙으로 상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리볼빙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체가 없고 신용등급이 우수한 고객만 혜택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전체 950만 회원 중 370만명만 리볼빙에 가입할 수 있고 이 중 200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LG카드는 1050만 회원 중 160만명만이 리볼빙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리볼빙은 어차피 내야 할 돈을 잠시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를 하거나 마구잡이로 카드를 사용하면 안 된다. 또 각 은행과 카드사들의 수수료를 꼼꼼히 살피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에는 무이자 할부가 많아 리볼빙 서비스가 다소 안맞을 수도 있지만 고객이 직접 카드 대금 상환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잘만 활용하면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