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넘어서며 세계 증시의 동반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 돌파도 눈앞에 뒀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이미 10여개국 증시가 연중 최고점에 올랐다.

원자재가격과 부동산시장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식시장이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한국 증시에도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세계증시 연중 최고가 행진

미국 증시의 경우 지난 26일(현지시간) S&P500지수에 이어 27일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넘어섰다.

다우는 이날 11,689.24로 마감하며 지난 5월의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인 2000년 1월의 11,722.98(종가 기준)에 33포인트 차로 다가섰다.

28일에는 장을 시작하자마자 11,724.86까지 뛰어올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금리 유가 자금 등 증시 주변 환경이 우호적인 데다 소비자신뢰지수 신규주택판매실적 등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택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이 같은 미 증시 강세에 힘입어 최근 한 달여 새 10여개국의 증시도 연중 최고점을 돌파했다.

8월14일 홍콩 항셍지수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스위스 스페인 남아공 페루 말레이시아 베네수엘라 슬로베니아 나이지리아 등이 신고가에 올랐다.

◆ '경기 둔화 우려는 과도'

세계 경기는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원자재가격도 8월 이후 급락세다.

부동산시장도 붕괴설이 나돌 만큼 급랭하고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증시가 동반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은 무엇일까.

경기 둔화 우려감이 지나치게 과장됐거나,증시가 과열됐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경기 둔화 우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원자재 부동산 등 다른 자산가격과 주식가격이 반드시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신고가에 오른 증시 중 남아공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원을 소비하는 나라"라며 "원자재 가격 하락이 투기 버블만 꺼지게 하는 정도라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며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원을 수출하는 브라질 러시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주가는 여전히 연중 최고점의 80%를 밑돌고 있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이 좋은 점도 상승 배경이다.

미국 S&P500 대상 기업의 12개월치 주당순이익(EPS)은 2003년 9월부터 3년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 압력 때문에 지금은 글로벌 증시에 뒤처지고 있지만 미 증시의 강세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점차 한·미 증시 간 동조 행보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하영춘 특파원·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