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 < 가톨릭대 교수·흉부외과 >

세계보건기구(WHO)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6.5초당 1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족 중에 누군가 흡연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는다면,어느 누구도 이 수치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료실에 앉아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이 수치를 실감할 때가 많다.

흡연으로 유발되는 대표적 질환인 폐암 폐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심장ㆍ소화기ㆍ구강(口腔)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보건복지부와 각종 사회 단체에서는 오늘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고문을 부착하는가 하면,광고ㆍ자판기(自販機) 제한,국민건강증진법 개정,금연 클리닉 지원 및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흡연피해는 대부분 15~20년 뒤에 나타난다.

자연히 흡연자들에게 금연에 대해 아무리 홍보하고 교육을 해도 자신의 일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바로 우리나라의 흡연율이다.

물론 20~30년 전보다 절대적인 흡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0년대 중반까지 70%대를 유지하다가 1995년 60%대,2005년에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턱없이 높은 수치다.

유럽과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대에 진입해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담뱃값이 선진국보다 매우 싸다는 점이다.

2003년 6월 영국담배협회와 미국 올제카우스키 앤드 워커의 조사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0.75~1파운드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영국은 4.59파운드,미국은 2.2파운드,일본은 1.32파운드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아무리 흡연자들에게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려도 실제 담배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容易)한 탓에,흡연을 시도하는 인구는 꾸준히 늘고 흡연자 역시 금연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소비제품들의 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게 옳다.

하지만 담배와 같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제품을 시장 논리로만 해석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느 소비자가 가격상승을 반길 것인가? 그러나 담배라는 제품은 시장 논리에 따라가기보다는 국민 건강의 일환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