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 아람FSI 대표는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1998년부터 KPMG파이낸셜서비스의 파트너로 신원 대구백화점 남선알미늄 동국무역 등 10여개 회사의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에 관여했으며 신호그룹과도 이때 첫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2000년 3월 신호그룹 2차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호의 재무상황을 진단하고 회생 방안과 채무 상환 일정을 담은 워크아웃안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하는 용역을 맡은 것.

그는 "신호제지 등 4개사의 지역 사업장 수십 곳을 5개월간 돌아다니며 이들 회사가 계열사들과의 관계만 정리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01년 아람FSI를 설립하고 2004년에는 신호제지(현 EN페이퍼)와 신호유화(SH케미칼)를 직접 인수했다.

신호제지 인수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신호제지에 경영 조력자 역할을 해온 창업자 이순국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호제지의 구조조정과 회생 과정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왔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이 대표가 구조조정 작업의 하나로 진행한 지방 사업장 정리에서 이 전 회장측은 대리점을 장악해 이를 지연시켰다.

하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육사 출신인 최우식 국일제지 대표를 1대주주로 끌어들였고 전 경영진과의 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전 경영진측도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을 끌어들여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만만찮은 반격을 펼쳤다.

이 대표는 과거 회계사 시절부터 구조조정 업무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신한은행을 '백기사'로 끌어들였고 결국 지난해 12월 정기주총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신호제지는 이런 장기 분쟁으로 인해 지난해 17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경영실적도 나아지는 추세다.

국일제지와 대주주들은 지난 5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호법창고를 매각한 데 이어 연내 지방 6개 공장에 대해 철수,매각할 방침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 전 회장측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이 대표의 뚝심과 승부사 근성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