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장기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어떤 것일까.

세계 일류 기업으로 칭송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양산업으로 분류돼온 담배회사 필립모리스(현 알트리아그룹)다.

필립모리스는 1957년 이후 50년간 연평균 19.75%의 수익률을 올렸다.

복리효과를 감안한 누적수익률은 무려 81만9829%에 이른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0년 이후 6년간 성적으로 보더라도 필립모리스 주가 상승률은 단연 최고다. 곽태선 SEI에셋코리아 사장은 "필립모리스의 이 같은 성과의 핵심 비결은 바로 배당에 있다"며 "지난 50년간 한 번도 안 거르고 꾸준히 배당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MS나 인텔 GE 주가는 오히려 6년간 뒷걸음질쳤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현실에서의 대표 기업과 주식시장에서 주주들한테 인정받는 우량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6년간 다우지수 종목들의 운명

다우지수는 지난달 29일 11,679.07로 마감돼 2000년 1월1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1,722)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2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다우지수가 6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필립모리스로 상승률이 350.64%에 달했다. 필립모리스는 2000년 당시 금연운동 확산에다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하기 힘들다고 믿어졌던 기업이다.

반면 당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강력 매수'(strong buy) 추천 대상 종목들이던 MS와 인텔은 최근 6년간 각각 43.66%,55.70% 떨어졌다. GE도 이 기간 주가가 오히려 17.97% 후퇴했다. IBM도 27.83% 하락했다.

곽 사장은 "필립모리스의 경우 2003년 잇단 소송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으며 주가가 사상 최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그러나 주목할 점은 실적이 부진해도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증가시켜 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 하락시 배당금을 재투자할 경우 보유 주식 수가 증가해 나중에 주가 반등시 수익률 상승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며 "장기 투자시 배당주의 위력이 증명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 파트장은 "2000년 당시 담배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판단해서 섣불리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지금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진정한 우량주는 투자자들에게 인기있는 성장주나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이 아니라 확실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에도 통할까

미국 증시의 배당주 위력이 한국 증시에서도 통할까. 과거 사례를 보면 아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아직까지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증시 대표 종목 가운데 17년간 최고 상승률(증자나 액면분할 배당 등을 감안한 수정주가 기준)을 보인 종목은 SK텔레콤으로 무려 6550.2%에 달한다.

이어 삼성전자(3086.5%) 농심(2741.8%) 신세계(2387.6%) 등의 순이다. 대부분 고배당주라기보다는 대표적인 성장주거나 시장지배력이 높은 종목들이다.

물론 S-Oil(상승률 920.6%)과 LS전선(252.7%) 등 지속적으로 고배당을 해온 기업 중 일부가 수익률 상위에 포함돼 있기는 하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증시의 경우 배당 중심의 장기 투자 문화가 성숙한 반면 국내는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투자 기간을 10년,20년 후까지 길게 놓고 보면 미국식 배당을 통한 장기 투자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