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일 아닙니까?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통합을 달성하고자 만든 기념일인 만큼,이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기념식이나 행사를 갖고 민족적 축제일로 승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단군 연구 권위자인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1)는 2일 단기 4339년 개천절을 하루 앞두고 "단군릉 문제라든지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시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선은 상징적으로 남북의 민족적 통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동행사 같은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북한도 90년대 중반부터 개천절 기념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하는 건데,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좋은 방법들이 얼마든지 나올 것으로 봅니다."

또 "몇 년 전부터 해외 교민들이 개천절을 민족의 날로 정하자고 발의한 적이 있고,노무현 대통령도 지난달 그리스 방문 중 '개천절(10.3) 과 한글날(10.9)이 민족적 개성이 두드러진 기간이니 이 때를 동포주간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있는데 정부에서 검토해 곧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동북공정''교과서왜곡' 등 주변국들의 역사침탈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동북아역사재단마저도 고조선에 관한 인식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홈페이지 '한중관계' 고조선 부분에서 단군의 기원전 2333년 건국을 '믿을 수 없다'고 기록하는 등 일방적인 학설로 단정짓고 있다는 것.이는 기자조선과 한사군 설치를 내세우며 한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을 오히려 도와주는 격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탈민족주의 시각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의 독자성이나 고유성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더 절실합니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고대사일수록 다수설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단군건국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온 견해들도 소개하면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서술을 해줘야 합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