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199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800원 선(100엔 기준) 밑으로 떨어졌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90전(오후 3시 기준)으로 1997년 11월17일(800원20전) 이후 8년10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799원으로 밀리기도 했으나 곧바로 매수세가 유입돼 고시 환율은 800원 선을 유지했다.

원·엔 환율이 떨어진 것은 원·달러 환율에 비해 엔·달러 환율이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8%(1원70전) 오른 반면 엔·달러 환율은 0.37%(0.44엔) 올랐다.

엔화 환율의 상승 속도가 원화 환율 상승 속도보다 빨라지는 현상이 6거래일 연속 나타나 지난달 25일 이후 12원30전이나 떨어졌다.

장순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일본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단칸지수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엔·달러 환율의 오름폭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7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과 경합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대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으나 특수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 대일 수출이 2.1% 감소하는 등 원·엔 환율 하락의 부정적 효과가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