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청 임시청사 뒤에 문을 연 지 20년이 넘은 밥집이 있다. '신신식당'(02-929-2913)이라는 간판과 허름한 외관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상호 대신 '욕쟁이 할머니집'이나 '우렁각시집'으로 더 자주 불린다. 주인 할머니의 걸쭉한 입담이 매스컴에 소개된 뒤 간판에다 '욕쟁이 할머니집'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아서다.

'욕쟁이 할머니'를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게 조금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정겹다.

이 집에 온 손님들은 모두 '우렁각시'를 주문한다. 우렁각시는 우렁을 된장,두부,양파에 버무려 만든 '특제 쌈장'을 말한다.

상추 깻잎 치커리 배추잎 쪽파 등 15가지가 넘는 각종 야채 쌈과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직접 띄워 만든 청국장이 나오는데 이를 '우렁신랑'이라고 부른다. 1인분에 8000원. 최근 1000원이 올랐다.

자리에 앉으면 바구니에 쌈을 담아 내놓는다.

삶은 호박잎은 별도의 접시에 푸짐하게 쌓여져 있다. 이어 잘게 썬 양파가 수북히 얹혀진 '우렁 각시'가 등장한다. 숟가락으로 잘 섞어준다.

쌈장 속에 든 우렁이 먹음직스럽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상추에 올린 뒤 우렁각시를 듬뿍 얹어 입으로 가져간다.

여기에 '우렁신랑'인 얼큰한 청국장을 한 술 떠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놋쇠 그릇에 담겨나오는 잡곡밥에도 정성이 느껴진다.

밑반찬도 훌륭한다. 가지무침 파김치 열무김치 고추무침 호박전 오이소박이 조개젓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손맛을 자랑한다.

어릴적 고향의 어머니 손맛이 느껴진다. 옛날 설화의 주인공으로 남몰래 음식을 차려놓는 '우렁각시'가 이런 반찬을 만들지 않았을까.

김치 고등어조림이 특히 입맛을 돋운다. 최근 들어 여기저기 생겨난 김치 고등어조림 전문 식당을 능가한다. 김치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넣어 먹기엔 조금 커 손으로 찢어 먹어야 한다. 김치를 더 달라고 하면 싫은 내색없이 가져다준다.

직접 담근 농주는 반(5000원)만 주문해도 충분하다. 4잔은 나온다.

밥을 다 먹은 뒤 나오는 누룽지도 구수하다. 명절만 빼고 연중무휴다. 주차장은 따로 없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