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7월 시판된 GM대우의 윈스톰이 꾸준한 판매 실적을 올리자 경쟁 업체들이 잇따라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등 SUV 부문의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실시한 SUV 차종에 대한 할인 판매로 일단 윈스톰 돌풍의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이달 들어 더욱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40만원이던 스포티지의 할인폭을 이달부터 50만원으로 늘렸다.

여기에 세이프티 선루프와 루프 랙을 무상으로 장착해 주고 가솔린엔진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36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제공한다.

기아차는 또 쏘렌토에 대해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100만원 할인해 주고 카드로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50만원의 선(先)보상 혜택을 주는 등 최대 200만원의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달 50만원이던 쏘렌토의 할인폭을 100만원으로 늘리고 스포티지에 대해서도 40만원의 할인 판매를 실시하면서 판매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달 스포티지의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50%나 늘었다.

쏘렌토도 3033대가 팔려 2004년 9월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싼타페와 투싼에 대해 50만원 할인 판매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현대차도 적극적인 판촉 채비를 갖췄다.

싼타페는 지난달 4364대가 팔려 전달에 비해 4.9%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2394대 판매된 투싼은 3238대가 팔린 8월보다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에 현대차는 투싼의 할인폭을 100만원으로 늘리고 12일 시판되는 프리미엄급 SUV 베라크루즈 구입 고객에 대해서는 신차로는 예외적으로 최대 5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SUV 차량의 판매 부진이 계속돼 한 달간 판촉 역량을 SUV에 집중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UV가 주력 차종인 쌍용차는 10월 한 달간 렉스턴Ⅱ를 100만원,카이런을 80만원,액티언을 70만원씩 각각 할인 판매한다.

할인 판매를 통해 올 들어 월간 최대 판매를 기록한 지난달의 여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GM대우는 윈스톰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다.

GM대우 관계자는 "지난달의 판매 부진은 일부 고객들이 시트 색깔 교체를 요구해 출고가 늦어진 물량이 많았기 때문일 뿐"이라며 "현재로선 경쟁사와 같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윈스톰은 시판 첫 달인 7월 2916대가 팔린 이후 8월 2258대,9월 2203대 판매에 그쳐 초반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해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보다 축소된 국내 SUV 시장을 키우기 위한 공통된 인식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은 9월 말 현재 14만43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9861대)에 비해 9.7% 감소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