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명동의 한국한성화교소학교.운동장 한 켠에서 흰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라오스(老師·선생님)'를 따라 쿵푸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중국어가 아닌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를 나눴다.

이 학교는 한 반 정원 30명 중 5~6명 정도가 한국 학생이다.

한때 학생 수가 2300명에 달했던 한성화교소학교의 현재 정원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558명.이 중 10%가 넘는 60~70명이 순수 한국인이다.

지방 화교학교의 경우는 이 비율이 더 높다.

인천 A화교학교의 경우 유치원 과정에 다니는 50~60여명 중 절반이 한국인이다.

심지어 경기도의 B화교학교는 신입생 20명 중 화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국내 화교학교에 다니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어 조기교육 열풍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자녀를 한성화교소학교 유치원 과정에 등록시킨 C씨(서울 미아동)는 "어려서부터 화교 학생들과 섞여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화교학교 관계자도 "한국 아이들은 화교학교 유치원에 입학한 후 초등학교 1~2학년까지 다니다가 중국어를 어느 정도 익히면 대부분 한국 학교로 돌아간다"고 소개했다.

물론 내국인의 화교학교 입학이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니다.

현행 교육법상 한국인이 정식으로 화교소학교(유치원 과정 제외)에 입학하려면 △해외 시민권 소지 △해외 체류 기간 5년 이상 △부모 중 한 쪽이 외국인 등의 조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많은 화교학교들이 자격 없는 한국인들까지 입학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화교학교들은 이를 "열악한 재정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한국화교협회는 1970년대 10만명을 웃돌던 화교 수가 요즘은 2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화교학교들은 일반 국내 사립학교와는 달리 한국 정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다.

대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교과서 등을 제외하면 재정의 90% 이상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한다.

학생 수 감소가 곧 폐교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진사의 한성화교소학교 교장은 "실효성 없는 규제를 고집하느니 한국인 학생을 정원의 일정 비율로 정식 입학시키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