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치열한 대출 경쟁을 벌여 왔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들어 대출을 자제하며 영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3분기 말 총대출금(원화대출금) 합계는 378조5500억원으로 2분기 말의 366조8100억원에 비해 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 4개 은행의 총대출금이 346조1000억원에서 366조8100억원으로 6% 증가한 점에 비춰볼 때 대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2분기 중 은행권의 대출시장을 이끌었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영업을 자제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2분기에 총대출금이 13.5% 늘어날 만큼 은행권 대출경쟁의 핵으로 부상했지만 3분기에는 3.8% 늘리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도 2분기에 총대출금을 11.1% 늘리면서 하나은행과 쌍벽을 이뤘지만 3분기에는 3.3% 성장에 만족했다. 국민은행 역시 2분기 3.3% 성장률에서 3분기에는 1.3%로 감속 운행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만이 2분기에 0.5% 감소에서 3분기 들어 5.4% 급증으로 돌아섰다. 신한은행은 2분기에 조흥은행과 통합하면서 대출 한도가 축소돼 총대출금이 다소 줄었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온 데다 경기가 하락 기미를 보이고 연체율이 오르게 되자 은행들이 여신 공급을 다소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