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입법예고한 상법(회사법) 개정안은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내용 일색이란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없다.

기업환경을 개선(改善)하기 보다는 주주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강화하고 이사와 집행임원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한낱 구호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하려는 이중대표소송제도는 그야말로 독소조항이다.

이는 소송 남발(濫發)로 경영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을 삼키려는 외국 투자자에 의해 오용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은 또 무엇인가.

현재와 미래의 사업기회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을 도입해 경영진을 옥죄려는 것은 기대효과는 없으면서 기업활동만 억압하는 규제에 불과하다.

이중대표소송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을 수 없는 희귀한 규정이란 점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대주주의 경영권을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조항을 강화시켜 놓고도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대책은 신설하지 않는 등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데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차등의결권주,포이즌 필,황금주,의무공개매수제,외국인투자자 사전 승인 등 M&A 방어망을 갖추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난 5월부터 이사 정원을 줄이거나 정원수 상한을 설정해 사전 협의없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회사법이 시행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황금주제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끝까지 외면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최저자본금제 폐지,무액면주식제도 도입,사채제도 개선 등 재무관리 분야에서는 진일보(進一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기업들의 애로(隘路)는 외면한 채 시민단체들의 뒷다리잡기식 규제요청을 수용하는 입법예고안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방치해도 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