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할인점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올해 한국에서 철수했다.

토종브랜드인 이마트에 밀린 탓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주부들이 진열대가 높은 창고식 할인점을 싫어하는 성향을 월마트와 까르푸가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험은 이제 글로벌을 추진하는 모든 기업의 화두다.

소비자의 경험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즉각 퇴출된다.

이마트가 유통 대전(大戰)에서 승리한 것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야외시장을 실내로 끌어들인 결과다.

전통시장의 경험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한국인이 판매대가 높은 창고형 매장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판매전략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인 셈이다.

세계 3대 전략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한 보고서에서 "경영자의 80%는 소비자만족을 위해 경영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소비자는 8%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객만족도 점수가 1년전보다 훨씬 높아졌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고객을 이해하는 노력보다 외형적 계량화에 매달려온 결과다.

그래서 소비자의 경험을 담아내지 못한 채 품질개선에만 매달리는 식스시그마 운동은 이제 버려야한다(굿바이 잭 웰치)는 독설까지 나온다.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론을 제시한 번트 슈미트 교수(미국 콜롬비아 경영대)는 "사람들은 광고에서 본 모델의 친근한 모습이나 매장 직원의 친절함 같은 요소들에 영향받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수치가 아니라 감동으로 물건을 산다는 얘기다.

실제 힐튼호텔은 고객들에게 정성껏 대우 받는다는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전화상담,체크인,모닝콜,룸서비스 등을 분석해 서비스를 혁신,재이용률을 10%포인트 높였다.

존중받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이 사원들의 감성을 깨우는 이른바 감성경영,우뇌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하이테크에 하이터치를 담기위해 감성표지판 아로마테라피 심리상담소 등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부대서비스도 중요하다.

지난 9월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멀티미디어전시회(IFA)에서 삼성전자가 이색 마케팅 기법이 그 예이다.

일반주택의 거실과 화장실,주방 등을 그대로 부스에 옮겨놓고 자사 제품인 TV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삼성 부스를 구경하던 관람객들은 소파에 앉아서 LCD TV로 영화를 감상하고,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LCD모니터를 살펴보면서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최근에는 간접적인 경험과 만족감까지 담아내려는 상품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사회봉사 등 정신적인 만족감을 담으려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SRI펀드는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친환경 경영과 윤리경영을 펴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와 함께 펀드의 판매·운용보수의 일부분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공익사업에 참여한다는 색다른 만족감을 얻게 된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기술산업실장)는 "좌뇌에서 우뇌로,순혈에서 혼혈로,수율에서 확률로,고립에서 연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IQ가 아닌 EQ를 활용하고,외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확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패의 위험을 과감히 수용하고,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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