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실험 강행 의사를 공식 천명함에 따라 향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북한이 실제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증시도 추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발표가 실제 핵 실험 강행이 아니라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외교적 발언이었다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또 미국의 반응도 주목해야 할 변수라는 분석이다.

◆ 엇갈리는 진단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낙 오래 전부터 핵실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게 없으며 이번에도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북핵 문제에 대해 한국증시가 내성을 키워온 까닭에 길어야 몇 시간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또 "4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이는 북한 핵실험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해외 증시 조정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북한의 핵문제는 벌써 10년 넘게 이어진 것"이라며 "미국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이상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금까지 핵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시장은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여와 사실 유무가 확인될 때까지는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자 외교적 멘트일 가능성이 높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취한다면 파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영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치적 이벤트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밝혔다.

그는 특히 "그동안 주가가 반등세를 보여 10월 조정이 예상된 가운데 터진 이번 사건은 시장에 단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추거나 매수 타이밍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과거 북핵 위기땐 큰 영향없어

1994년 1차 핵 위기가 발발했을 때 주가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94년 3월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지만 코스피지수는 8일 연속 상승하며 북핵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흐름을 보였다.

3개월 후인 6월14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자 이틀 동안 32포인트 급락한 후 다음 이틀동안 52포인트가 급등하는 심한 변동성을 보였었다.

이후 핵문제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주가는 12월까지 급등세를 보이며 1100 선을 넘은 바 있다.

1998년 1차 미사일위기 때도 증시에 큰 충격은 없었고 2002년 2차 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10월17일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당일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후에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해 12월12일 북한이 핵동결 해제선언을 했을 때는 오히려 주가가 일시적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