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한 고장차량이 사고가 났음을 알리는 삼각대나 섬광신호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견인차량 운전자가 이를 대신 설치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견인작업 중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삼각대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견인차량의 책임이 없는 것으로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견인차량 운전자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한 만큼 7200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며 고장차량이 가입된 공제조합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견인차량 공제조합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고장차량을 견인할 때 삼각대나 섬광신호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면 견인차량 운전자가 삼각대나 섬광신호 등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고장차량 견인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견인차량 운전자에게는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후행차량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했더라도 고장차량에 탔던 승객이 견인작업을 도와주다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며 갓길을 벗어난 3차로상에서 사고를 당한 만큼 견인차량 운전자의 안전조치 의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