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많이 읽고ㆍ많이 씹고ㆍ많이 걷고…3多로 치매 걱정 없애요
김모 할머니(64)는 오래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3년 전부터 할머니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었다. 1년 전부터는 가족마저 할머니를 기피할 만큼 정도가 심해졌다. 또 물건이나 돈을 둔 장소를 잊어버려 찾는 일도 늘어났으며 일하는 아주머니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가족들은 노망은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다가 최근 할머니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남의 방문을 두드리는 증상을 보이고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 대답해 주지 않으면 물건을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이자 하는 수 없이 병원문을 두드렸다. 진단 결과 오른쪽 경동맥의 90%가량,왼쪽은 60% 정도가 좁아져 있었고 뇌세포 손상이 매우 심했다.

즉 혈관성 치매였다.

만약 3년 전 기억장애를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 병원을 찾았더라면 그 이후에 나타난 심각한 증세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말했다.

[건강한 인생] 많이 읽고ㆍ많이 씹고ㆍ많이 걷고…3多로 치매 걱정 없애요
◆치매환자 1명 1년 수발비용 787만원=
치매는 노년기에 주로 많이 발생하지만 젊은층에도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3%인 36만4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5년에는 이보다 많은 8.9%인 58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치매 환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는 것.한국치매가족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치매환자 1명을 돌보는 데 연간 787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3조4000억~4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의들은 "치매를 단순히 노화의 일종으로 판단해 조기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기억감퇴 등의 초기증상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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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치매는 흔히 건망증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은 기억장애만 있을 뿐 다른 사고력에는 이상이 없어 연관된 힌트나 귀띔을 해주면 대부분 기억해 낸다.

반면 치매는 기억장애,언어장애,방향감각 소실,계산력 저하,감정변화 등 5대 증상에서 3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이 누적돼 생기는 것으로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환자 4명 중 1명꼴이다.

혈압조절 및 콜레스테롤 치료 등을 통해 예방과 치료가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와 구분된다.

혈관성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 후반~50대 초에도 생길수 있어 식습관 개선,운동 등을 통해 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 자체의 손상으로 생기는데 전체 치매 환자의 50% 정도를 차지하며 초기에 발견해도 아직까지 획기적 치료법이 없다.

이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앓았던 것으로 보통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노인성 치매의 대표적 질환이다.

건강했던 뇌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발생하는데 아직까지 뇌세포가 왜 죽어가는지에 대한 원인을 완벽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단지 유전자 이상 때문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져 이것이 뇌세포를 죽게 만든다고 추측하고 있다.

◆기억감퇴 증상 보이는 즉시 검사를=치매를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10~20%는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흔한 증상은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표현이 즉시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에 실수가 나타나며 성격변화가 일어난다.

이때에는 이미 초기단계를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억감퇴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 초기임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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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발견하면 진행속도 늦춰=
최근 아리셉트,액셀론,레미닐 등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신약들이 시판되고 있어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를 볼수 있다.

이들 약물은 뇌속에서 기억력을 관장하는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올려줌으로써 치매 악화를 늦춰준다.

눈에 띄게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의 진행속도를 평균 1~2년 정도 늦추며 네 명 중 한 명꼴로 기억력이 조금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약물치료로는 일상생활에서 오락 여가 취미활동에 참여토록 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독서를 많이 하고 음식을 충분히 씹는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반드시 소일거리를 찾아 일을 해야 하며 각종 모임에 나가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장기 바둑 화투 등도 도움이 되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도움말=나덕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김영돈 대전 선병원장,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