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굴 속에 들어선 것 같다.

머리 너머까지 툭 튀어 나온 바위벼랑 아래를 깎아 만든 계단길이 좁고 갑갑하다.

내려오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까치발을 하고 옆으로 바짝 비켜서야 할 정도다.

터진 왼편도 울창한 숲에 가로막혀 달리 시선을 둘 데가 없다.

바닥의 돌가루는 왜 이리 미끄러운지 힘을 내 치고 올라가기 힘들다.

한 번도 밟아 본 적 없는 인생길처럼,앞을 어림할 수 없는 산중의 길은 더더욱 힘에 부치는 법.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입에서는 벌써 쇳내가 난다.

정말 초반 30분 고비만 넘기면 별세계를 볼 수 있을까.

천하제일의 산수를 자랑하는 구이린(桂林) 인근 자원현(資源縣)의 새 명소,팔각채(八角寨)의 그 별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계곡 안쪽을 U자로 감아도는 계단길은 이내 칼날능선을 만나 곧추선다.

대둔산 철사다리 구간을 이어붙인 듯 그 경사가 만만치 않다.

쇠줄난간 너머 점점 깊어지는 천길 낭떠러지에 오금이 저려온다.

여전히 좁고 미끄러운 계단길도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손으로 잡을 쇠줄난간이 아니라면 꼼짝없이 허공에 갇힌 몸이다.

'용의 등을 타고 하늘을 날아 오르는 기분'이라는 가이드의 느낌대로라면 칼날능선은 황룡(黃龍)의 날카로운 등짝에 다름없다.

일일이 정으로 쪼아 낸 계단길이 불그스레한 게 햇빛에 번쩍이는 황룡의 비늘을 연상시킨다.

능선 중턱의 길을 차지하고 있는 길쭉한 정자가 반갑다.

낭떠러지를 타고 오르는 바람결에 잠시 땀을 훔칠 수 있는 공간이다.

그제서야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정자 뒤는 이 구간 최대의 급경사.허리를 약간 굽힌 몸과 계단길이 거의 평행을 이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숭이도 떨고,나는 새도 무서워한다는 구간이란 게 실감난다.

바로 위,계단길이 다시 한번 숨을 고르는 지점에서의 전망이 기막히다.

낭떠러지 아래에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숲을 이루고 있다.

등에 자기 집을 얹은 달팽이 무리가 하늘을 우러르는 형상이란 이곳 사람들의 표현이 절묘하다.

바위봉우리의 무늬결이 과연 살아 움직이는 달팽이를 빼닮았다.

그 뒤로 첩첩이 물결치는 바위봉우리가 한 폭의 푸근한 산수화를 완성시킨다.

버려진 것 같은 계곡 바닥에 이 지역 소수민족인 묘족마을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 마을들을 정비,500년 전 그대로의 묘족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30분이면 족하다던 급경사의 계단길을 올라서는 데는 사실 1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이 있다.

이제는 땀을 식히며 편안히 구경할 차례다.

능선을 따라 좌우로 이어진 길에 굴곡이 없다.

왼편 길 끝 제2 전망 포인트에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막 올라섰던 급경사의 계단길 옆모습을 펼쳐보이는 것.칼날능선의 실루엣이 과연 하늘로 뻗쳐오르는 황룡의 기세를 품고 있는 듯하다.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의 풍경은 딴판이다.

붉은 빛이 감도는 거대한 바위벼랑 허리춤에 좁은 길이 수평으로 나 있다.

계곡은 바닥이 보이지 않고,그 높이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색깔만 다르지 우리나라 마이산의 모습과 유사하다.

곳곳에 얕고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이들 구멍에는 묘족이 시신을 놓아두기도 했다고 한다.

바위벼랑길 끝 이곳에서 유일한 매점과 작은 절을 지나면 하늘까지 덮인 짧은 계곡길이 이어진다.

계곡의 천장은 일부러 새겨 놓은 듯한 사람 인(人)자 형상으로 하늘과 소통하고 있다.

하늘쪽을 제외하고는 꽉 막힌 계곡길이 요르단 페트라의 길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

계곡을 벗어나 왼편으로,8각형 형태의 정상 모습이 이채로운 봉우리가 우뚝하다.

바로 팔각채(814m)다.

40∼50분가량의 급경사 길을 더 올라야 하지만 그냥 지나쳐 하산해도 무방하다.

팔각채 산행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자강 뱃놀이가 좋다.

22.5km의 자강 유람은 구이린 여행길의 하이라이트인 이강 유람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얕지만 맑은 물과 주변의 자연풍광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풍범석이 눈에 띈다.

산 너머 강을 따르는 커다란 배의 돛이 활짝 펼쳐진 것 같다.

두꺼운 책을 펼친 듯한 바위산 꼭대기의 천서(天書),그 품이 넉넉한 달마대사도 신기하다.

사람이 새긴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흔적들이라고 한다.

장군이 말을 타고 달리는 형상이라는 천문산도 웅장하다.

개구리바위 옆에서 노는 야생의 산양과 오리떼는 자강이 아직 오염되지 않은 물길임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대나무 뗏목을 타거나 고무보트 래프팅을 즐기며 그 자연을 만끽한다.

구명재킷만 걸치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들도 시원해 보인다.

자강 유람의 끝은 도화도 앞의 요족마을.먼 데서 손님이 찾아왔다며 권하는 대나무 수액 한잔에 갈증이 싹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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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투어, 팔각채 여행상품 판매 ‥ 4박6일 일정 59만9000~64만9000 ]

팔각채공원은 구이린의 자원현에 있다.

구이린 시내에서 98km 떨어져 있다.

길이 험해 3시간쯤 걸린다.

공원은 남북 33km,동서 3∼9.6km로 아주 크다.

우리나라의 마이산이 숱하게 모여있는 광경을 연상하면 된다.

다만 바위봉우리의 색깔이 불그스름한 게 다르다.

공원은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해 구이린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구이린 여행을 겸해 찾으면 만족도가 높겠다.

트레킹을 즐기고 묘족 요족 같은 소수민족 생활상도 엿볼 수 있어 좋다.

잠은 구이린에서 자는 게 좋다.

쉐라톤구이린대우호텔이 구이린 시내의 몇 안 되는 특급호텔 중에서 제일 좋다.

흥안현의 메리랜드 리조트도 괜찮다.

특급호텔과 놀이시설,골프장까지 갖춘 종합리조트로 이름높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금·월요일 오후 7시10분 구이린행 직항편을 띄운다.

구이린 시내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는 양강국제공항까지 3시간30분 걸린다.

업투어(02-775-7979,www.uptour.co.kr)는 팔각채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4박6일과 3박5일 일정 두 가지.팔각채 트레킹과 자강 뱃놀이를 즐긴다.

구이린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VIP이강유람을 하고,양삭에서 장이머우 감독이 만든 인상유삼제 공연을 본다.

구이린의 양강사호 야경크루즈와 몽환이강쇼도 즐긴다.

웅호산장에 들르며 케이블카를 타고 요산 정상에도 오른다.

매주 월요일 출발하는 4박6일 일정은 59만9000∼64만9000원.금요일 출발하는 3박5일 일정은 54만9000∼59만9000원.

팔각채(중국)=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