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자리를 바꾼 차두리(26.마인츠)가 베어벡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오른쪽 윙백으로 A매치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씁쓸한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

차두리는 8일 가나와 평가전에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해 90분 모두 소화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비수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반 32분 최후방에서 김진규(이와타)의 짧은 공간 패스를 이어받은 뒤 볼을 거둬 내려다가 쇄도하던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우디네세)에게 볼을 뺏기면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내줄 뻔 했다.

수비수로서 빠른 볼 처리를 하지 못한 실수를 범한 것.
한 번의 실수 이후 차두리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자제한 채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은 이종민(울산)의 백업을 해주면서 실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차두리는 그러나 후반 6분 가나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설리 알리 문타리(우디네세)에게 또 한번 침투를 허용하면서 슛을 내주는 등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는 데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특히 최후방에서 볼을 잡은 뒤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패스 연결을 내주는 데서도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역습을 이끌어 내는 데도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몇 차례 공격가담에서는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제치고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남겼다.

결국 차두리를 포함한 한국의 포백(4-back)라인은 가나에 3골이나 내주면서 지난 6월 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치른 1-3 패배 이후 4개월 여 만에 또 한번 2골 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경기를 지켜본 최진한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는 "원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지만 수비수로서 위치 선정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나전을 끝낸 차두리는 9일 오후 독일 분데스리가로 복귀하게 돼 11일 시리아와 2007 아시안컵 축구예선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