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남영동 해태제과빌딩 9층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집무실.베트남산 자개그림과 판화작품,제품 컨셉트를 담은 드로잉 바인더,수제 넥타이,과자봉지 등이 한 자리씩을 차지한 채 손님을 맞고 있다.

방 주인인 윤 회장은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연신 드로잉에 몰두하고 있다.

이 방의 코드는 상상력에 맞춰져 있다.

"무조건 신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밀어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 제품을 보는 순간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연출해내야 합니다." 윤 회장은 "기업의 상상력과 소비자의 상상력이 맞닿을 때 장기 베스트 셀러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오예스' '맛동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나가고 있다.

이른바 '상상 마케팅'을 가동하고 있는 것.프리미엄 초코 케이크 '生(생)오예스'의 상상 테마는 '문화'다.

'生오예스'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유명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그림 엽서가 들어 있다.

이 엽서는 아이들의 미술 교육과 정서 함양에 도움이 돼 일부 학교와 미술학원에서 학습 교재로 사용한다고.

상상이라는 테마에 맞게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떠나는 세계 미술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상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명화엽서 뒷면에 있는 시리얼번호 누적점수 상위 100명의 고객에게 영국 대영방물관,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 등 세계 3대 미술관을 5박7일 일정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권을 증정하고 있는 것.

고소한 땅콩맛이 일품인 국민스낵 '맛동산'의 테마는 '즐거움(樂)'이다.

서른 한 살을 맞이해 유산균 발효를 두 번이나 거친 반죽으로 더욱 부드러워진 새 맛동산은 이름도 '樂(락) 맛동산'으로 변신했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라는 CM송에서도 알 수 있듯 오랜 세월 맛동산이 지녀온 즐거움이란 테마를 한껏 부각시킨 것이다.

제품 이름에 락(樂)이 들어간 것은 윤 회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것.'樂맛동산'의 테마 체험은 중국 최대의 해변 휴양지인 중국 칭다오·옌타이의 크루즈 여행이다.

김종규 해태제과 마케팅 팀장은 "오직 명품 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이 같은 상상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오예스는 하루 평균 5만여갑이 팔리고 있다.

연초보다 20% 정도 늘어난 수치.맛동산도 비슷하게 늘어 하루 20만여봉지가 팔리고 있다.

윤 회장은 "자녀와 어른이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상상 마케팅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거리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