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빈폴의 뒤를 이을 또 하나의 '메가 브랜드'로 '후부(FUBU)'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1999년 제일모직은 삼성아메리카가 미국에서 발굴해 크게 키운 힙합패션 브랜드 후부를 라이선스 형식으로 국내에 들여와 해마다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후부는 옷을 헐렁하게 입는 힙합 트렌드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에 맞춰 '영 스트리트 캐주얼'로 방향을 바꿔 잡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제일모직은 2005년 말 기준으로 600억원 정도인 후부의 매출을 2010년까지 1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캐시 카우'로 만든다는 목표다.

◆ Beyond Hip-Hop(힙합을 넘어서)

힙합패션을 표방하며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부는 10대들을 상대로 한 문화 마케팅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힙합 뮤직쇼,댄스 페스티벌 등의 행사를 직접 지원하는 한편 2000년대 초반까지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GOD NRG 핑클 업타운 등의 젊은 가수들의 의상을 협찬하는 것을 통해 '힙합 스타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던 것.

하지만 그후 고객의 취향이 몸에 달라붙는 캐주얼로 변해가자 후부는 브랜드 탄생의 배경이자 상징이었던 힙합 트렌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Beyond Hip-Hop(힙합을 넘어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케팅 기법도 그동안의 문화 마케팅에서 다른 인지도 있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코-마케팅'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영 스트리트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로 변신한 후부는 지난해 4월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코마케팅을 시도했다.

레이싱복을 닮은 라인을 내놓고 모델 컷 촬영 등도 포드와 동행했다.

힙합 스타일 의류의 판매 부진에 직면한 후부가 부흥을 위해 꺼내든 레이싱복 스타일은 단기간에 매출이 급신장세를 탔다.

포드 또한 후부를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신형 스포츠카 판매에 성공했다.

◆ '비보이'와 함께 세계로

포드와의 코마케팅이 성공으로 끝나자 후부는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 속 캐릭터를 닮은 의상을 선보인 데 이어,KTF 금호타이어 등과도 잇달아 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소비 그 자체가 바로 문화인 10~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성공적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03년 매출이 잠시 주춤했던 후부는 코마케팅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4년 550억원,2005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80개 매장에서 6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부는 2007년부터 비보이팀 몇몇을 후원하면서 비보이 문화를 상징하는 의류도 내놓을 생각이다.

힙합 음악에 맞춘 흐느적거리는 댄스 대신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비보잉(B-boying)이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데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적으로도 그 기량을 인정받고 있어 이를 후원하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비보이 패션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