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담수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게 된 비결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다. 물론 이 회사가 처음부터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산중공업의 담수플랜트 부문은 적자에 시달렸다. 독자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1991년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독점해왔던 설계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1990년대 중반 해수담수화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2001년 8억달러를 수주,2003년 말 준공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후자이라 담수플랜트는 이 회사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건설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은 100% 자체 기술로 2개의 신기술을 개발,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나는 '원(One) 모듈 공법'이다. 담수플랜트의 핵심설비인 증발기를 한국의 창원공장에서 완전 조립,축구장 크기만한 배에 실어 통째로 중동으로 옮기는 방법이다. 이 공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증발기를 2~4개로 나눠 조립한 뒤 이들을 현지에 가져가 다시 조립하는 형태였다. 자연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원 모듈 공법을 개발,공사기간을 종전보다 6개월 이상 단축시키고 제작ㆍ분해ㆍ재조립 과정을 없애 품질 향상도 이뤄내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후자이라에 적용된 또다른 독자 기술은 '하이브리드(혼합형)방식'이다. 이는 전기수요가 많은 여름철에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로 담수를 만드는 '증류식'(다단증발법ㆍMSF)으로,겨울철에는 발전소 가동을 줄여도 되는 '필터링식'(역삼투압방식ㆍRO)으로 담수를 생산하는 방법. 효율이나 경제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8월 다시 한번 높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카타르 라스라판 담수 플랜트 2호기에 장착될 증발기를 세계 최단기간인 4개월 만에 만든 것. 이는 경쟁업체의 일반적인 증발기 제작기간인 12개월보다 8개월,종전 두산중공업의 증발기 제작기간인 7개월보다는 3개월을 각각 단축시킨 것이다.

이는 '없앨 것은 없애고 줄일 것은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의 결과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워터박스(Water Box) 등 증발기 핵심 부품의 작업방법을 변경하고 자동용접 방법을 도입,40일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다각적인 기술 검토를 거쳐 몇몇 공정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생산ㆍ구매ㆍ설계ㆍ기술 등 관련 부서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기자재 대기시간을 줄여 모두 3개월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4개월에 불과한 증발기 제작기간은 어떤 경쟁업체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수준"이라며 "향후 담수플랜트 분야에서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