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계의 세계 최강자는 일본 도시바였다.

원천기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60%를 장악한 절대 강자로 올라섰고 도시바는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하이닉스반도체의 추격조차 힘겨워하는 2위로 내려앉았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도시바는 삼성전자가 1990년대 종합 전자업체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제공한 기업이다.

1998년 도시바는 그동안 해왔던 대로 삼성에 플래시메모리 기술을 제공할 테니 생산라인을 합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이를 뿌리쳤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투자 리스크를 모조리 안아야 하는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1년,도시바는 삼성에 추월당했다.

삼성이 자사와의 협력 없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방심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반면 D램 시장에서 벌어놓은 알토란 같은 자금을 모조리 쏟아부은 삼성은 사력을 다했다.

도시바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반도체사업 전체가 휘청거릴 판이었다.

독자 노선을 선언하자마자 시작된 '황의 법칙'은 단 한 차례도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공정기술과 집적도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그렇다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효할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향후 10년간은 유지될 것'이라는 쪽이다.

최근 비메모리 사업의 절대 강자 인텔과 한때 세계 2위 메모리 업체로 군림했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손잡고 낸드플래시 사업을 시작하는 등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삼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또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폭이 크다고는 하지만 선발주자인 삼성에 비해 후발주자들의 부담이 훨씬 큰 만큼 삼성의 가격 주도력 역시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고용량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이른바 '낸드 PC'시장도 경쟁자 없는 독주가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선발주자의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삼성은 이번에 개발한 CTF라는 신기술을 통해 향후 거액의 로열티를 챙김은 물론 경쟁자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