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올해 '햇반'이 5400만개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판매 원년이라고 볼 수 있는 1997년 640만개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9년 만에 여덟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햇반'은 1996년 12월 처음 출시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총 3억8000만개가 팔려 나갔다.

'햇반'은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상품밥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밥에 관한 고정관념 깨기

'햇반'의 탄생은 '밥의 역사'를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밥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사먹을 수 있다는 개념은 소비자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CJ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왜 그랬을까.

CJ(당시 제일제당)는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이후 자신만의 기업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절실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소비자의 고정관념과 구매습관이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쉽지 않았다.

CJ의 식품연구소 내 쌀가공센터 연구진과 회사 경영진은 4년째 새로운 전략 아이템으로 '햇반' 개발에 힘을 쏟고 있었던 상황.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반찬은 사먹어도 밥은 집에서 지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햇반 개발은 회사 내부에서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가 '햇반' 카드를 내놓은 것은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전자레인지 보급률이 상승하고 사회적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맞벌이 부부 및 싱글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또 식생활 문화가 점점 서구화한다고 해도 하루에 두 번은 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CJ의 '승부수'는 시장에서 먹혀들었다.

햇반은 1996년 12월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4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700억원을 달성했다.

시장이 커지자 2002년 농심,2004년 오뚜기가 뒤늦게 뛰어들었다.

2004년 내수경기 악화로 성장세가 잠깐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상품밥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CJ는 햇반을 내놓은 초기부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교포 및 유학생들을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지금은 현지인까지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첫해 5만달러였던 수출액은 급증세를 탔다.

현재는 연간 350만달러어치를 내보내고 있다.

◆웰빙시대,새 아이템 선점이 관건

시장이 커지고 상품이 잘 팔린다는 것은 '차기 주자' 발굴이 절실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의 구미를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밥 업체들이 눈을 돌린 곳은 '웰빙 시장'.기존 상품밥 시장은 맨밥 위주의 흰 쌀밥으로 제한돼 최근 부쩍 높아진 소비자들의 웰빙 욕구를 충족하기 미흡했던 게 사실.2003년 초 상품밥 업체들이 처음으로 '발아현미밥'을 선보이기는 했으나 쌀밥을 보조하는 제품군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잡곡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CJ는 발아현미밥,오곡밥부터 시작한 잡곡밥 제품 종류를 다양화해 일단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흑미밥,찹쌀밥에 이어 올초 '햇반 찰보리밥'을 내놓아 잡곡밥 카테고리를 다양화했다.

'상품의 다양화'는 시장에 진출해 있는 농심 오뚜기와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경쟁자인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의 주력 제품인 라면과 레토르트 식품을 상품밥과 연계해 파는 '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CJ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의 '햇반' 브랜드 매니저 박상면 부장은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존 쌀밥 일변도에서 잡곡밥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며 "잡곡밥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