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대기업 본사가 폭격을 맞아 잿더미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인사정보와 고객정보,주요 계약서와 기밀정보 등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게 뻔하다.

더욱이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기업들의 본사는 수백여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과 지사의 경영정보들이 총 집결되는 곳이어서 폭격 시 더욱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웬만한 규모를 갖춘 기업들은 나름대로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북한 핵실험에 큰 충격을 받은 기업들은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가 오더라도 '지속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대응체제를 점검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쟁이나 재해 등 '국가적 비상사태 발생 시 위험 단계별 대응 요령'이란 지침을 마련해 놓고 상황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

우선 서울이 아닌 지방 두 곳에 데이터 센터를 갖고 있다.

중요한 자료나 없어져서는 안될 회사 기밀 등은 두 곳에 서로 백업해 둔다.

특히 컴퓨터나 메인서버의 다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요한 데이터를 카세트테이프나 CD 등 운반할 수 있는 매체로도 매일 백업하고 있다.

삼성은 본사 외에 과천 대전 경산 등 3곳에 데이터 저장소를 운영,그룹의 주요 경영정보들을 백업해 놓았다.

또 만약 국내에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해외 총괄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상황을 정리하도록 대응시스템을 짜놓았다.

또 LG는 계열사인 CNS를 중심으로 그룹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내 4개 지역의 복수 백업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특히 국내 최초의 사설 네트워크망 구축을 통해 계열사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백업,안정되게 보존하고 있다.

SK의 경우엔 일단 계열사별로 이중 삼중으로 상호 백업시스템을 짜놓았다.

한쪽 계열사의 컴퓨터가 파괴되더라도 다른 계열사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복원시킬 수 있도록 상호 구제시스템을 구축해둔 것.SK도 다른 그룹처럼 별도의 데이터 보관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부 보안규정상 지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조일훈·이건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