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성공적 핵실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진위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진짜 핵실험을 했는지,했다면 성공했는지에 대해 이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 및 파괴력은 국제 사회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대북 제재 채택을 주동해온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도 10일 "(제재 발동에 앞서)핵실험이 있었다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방사능 채집 안돼

첫 번째 의혹의 근거는 방사능 채집이 안 되고 있는 점이다.

과학기술부는 전국의 방사능 측정소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방사성 물질을 탐지하고 있고 주변국에서도 감정에 착수했으나 뚜렷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이 방사능 유출을 완벽하게 차단할 만큼 정교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실험 여부를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의혹은 핵실험으로 보기에 충격파가 미미했다는 것.지질자원연구원은 9일 지진 규모를 3.58로,과기부는 다음 날 3.9로 파악했다.

하나는 ML(지역규모·Magnitude Local),과기부 계산은 MB(실체파·Magnitude Body) 방식에 따른 것으로 환산 방법 때문에 생긴 차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진도 3.58이든 3.9이든 큰 차이가 없다"며 "1kt(1킬로톤=1000t)에 못 미치는 폭발력으로 14~20kt이 투하된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원폭에 비해 규모가 아주 작다"고 말했다.

○핵실험 부분 실패설도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4kt의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중국에 통보했으나 실제 폭발은 이보다 훨씬 약했으며 핵실험이 부분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측이 핵실험 실행 직전에 중국에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핵실험 후 방사능이 전혀 누출되지 않았다는 북한의 발표와 함께 비교적 작은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은 실제 핵실험이 제대로 진행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폭발물 가운데 일부만 폭발했다면 북한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협용 사기극?

AFP통신은 과거 핵실험의 폭발 규모가 수kt에 달했기 때문에 미국이 (핵실험 여부에 대한)북한 당국의 거짓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내 발생한 지진파가 인공 폭발의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서,미국은 북한이 위협용으로 수백t의 TNT 폭탄을 터뜨리고 핵실험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핵실험에 사용된 무기가 중성자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조찬 간담회에서 "최종 판단은 2주 정도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 유보

과기부는 북한이 방사능을 완벽하게 차단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스웨덴에서 제논 탐지기를 들여와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제논은 핵폭발 시 나오는 불활성 기체로 방사능보다 측정 신뢰도가 높다.

그러나 실험 추정 장소가 남측 측정소에서 440km 떨어져 있고,남풍이 아니라 동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제논 탐지기로도 핵실험 여부를 가려내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과학적 분석은 사실상 막다른 길에 부딪쳐 중국 일본 미국 등의 조사 결과를 모아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문기 과기부 원자력국장은 "인공 폭발은 확실하고 북한의 발표와 감지된 진동 등 정황상으로는 핵실험으로 보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