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원액의 제조기법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회사측은 코카콜라의 성분이 '99%의 설탕물+1%의 사소한 성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1%의 성분'이 코카콜라의 120년 독주를 가능하게 한 비밀이다.

일부 과학자들의 끈질긴 연구로 각 성분의 비율은 밝혀졌지만 성분 배합 공식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라면의 대명사인 농심의 신라면은 어떨까.

코카콜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매운 맛을 전매특허로 앞세운 신라면은 놀랍게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출시 20년 만에 전 세계에서 153억7000만개가 팔려 나간 이 라면을 따라잡기 위해 수많은 경쟁 제품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무위에 그쳤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진행했던 지루한 실험과 한밤중에도 꺼지지 않던 연구소의 불빛이었을 것이다.

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완전 경쟁 시장은 이론적으로 완벽한 세상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는 곳이다.

성공은 경쟁을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이면 더욱 좋다.

바로 이 공간을 찾기 위해서 오늘도 수많은 연구원들이 침낭 속에서 피곤한 잠을 청한다.

뻔한 재료에 먹고 마시는 비즈니스가 이런 정도라면 기술과 기술이 첨예하게 격돌하는 정보기술(IT)은 어떨까.

변덕에 가까울 정도로 표변하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따르면서 다른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압도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IT업계의 숙명이다.

승자 독식이 만연하지만 영원한 1등도 없는,그런 살벌한 게임이 벌어지는 곳이다.

삼성전자가 CTF라는 신반도체기술을 개발,의기양양해하는 동안 도시바 인텔 등 경쟁자들의 속은 무척 쓰렸을 것이다.

그 반대로 다 쓰러져가던 모토로라가 '레이저'라는 메가 히트 제품을 앞세워 돌연 세계시장을 휘젓고 다닐 때는 삼성과 LG도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10여년 전에 한국에 조선 1위 자리를 내준 일본은 어떤 심정일까.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미쓰비시나 가와사키 조선소는 거제도의 화려한 불빛에 짓눌려 있다.

최근 엔화 약세를 틈타 재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초대형 유조선 분야에 구축돼 있는 한국의 비교우위를 도저히 당해내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는 누구나 다 안다.

어쩌면 5년 뒤의 먹거리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0년,20년 뒤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는 21세기다.

미래는 불확실성이라는 안개에 싸여 있다.

불안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모든 법인들에도 실재한다.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 전략을 구현하며 영원한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어느날 새로운 것이 등장해 1등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새로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반대로 도전자들이 많다고 해서 1등 자리를 쉽게 내줄 수도 없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신라면은 무려 12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킨 코카콜라의 위업을 뛰어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

CJ의 '햇반'은 세계의 식탁문화를 바꾸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을 한데 묶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전 세계 커뮤니티 시장을 석권하는 데 나서야 한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새로운 가치 창출과 기존 가치를 혁신하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창의성,시련과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이 가치 혁신의 원천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를 '창조 경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매일 해가 뜨고 지는 비즈니스의 전선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보다 높은 곳에 올라 더 멀리 조망하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태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는 영원하지 않은가.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