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러 박사는 '족집게 예측가'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그는 '예언가'도 '예측가'도 아니며 '미래에 대한 예견'(predict)이라는 말은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다만 "흐름과 방향을 근거로 미래의 변화상을 추정할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자신은 사실을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와 이를 분석하는 학자의 중간자라는 게 스스로의 위치 설정이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토플러 박사를 '위대한 미래학자'라고 부른다.

그가 내놓는 책마다 미래의 변화상을 족집게처럼 맞혔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펴낸 책은 1964년 '문화의 소비자'라는 책이다.

그는 이때 문화에도 소비자가 있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끌어 올린 건 1970년에 내놓은 '미래 쇼크'.세계적으로 700만부가 팔리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책의 골자는 제목 그대로 미래의 사회 변화가 너무 빨라 개인 기업 정부 등이 적응하는데 충격을 느낄 정도라는 것.그러나 이런 미래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플러 박사는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출간,세계적인 미래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는 정보화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년에 걸쳐 진행된 반면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제3의 물결은 더욱 빨라 20~30년 안에 정보화사회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이런 '예측'은 족집게처럼 들어 맞았다.

그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전자정보화 가정' 등의 개념을 선보였다.

1991년에 출판된 '권력 이동'에서도 그의 예지력은 빛을 발했다.

그는 권력의 세 가지 원천을 폭력·부(富)·지식으로 규정했다.

이 중 21세기의 전세계적 권력투쟁에서의 핵심문제는 고품질 권력인 지식의 장악이라고 진단했다.

지식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지식혁명바람을 몰고 왔다.

올해 내놓은 '부의 미래'에서는 부의 개념을 돈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욕구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런 부를 가지는 경제주체가 결국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