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퇴르유업은 이달 초 저온 살균 우유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파스퇴르 저온살균우유'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매장에 진열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미 2년 전부터 홈플러스와 손잡고 할인점 PB(납품 브랜드)제품인 '홈플러스 저온살균우유'를 판매해 온 데 이어 고유 브랜드를 추가 출점한 것.할인점 시장에서 덴마크 우유,건국 우유,연세 우유 등 후발업체들의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자 두 브랜드를 동시에 출시하는 '맞불 작전'을 수성(守成)전략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형 마트(할인점) 매장에서 식음료업체들 사이에 '친자(親子·NB)'와 '양자(養子·PB)'를 함께 내놓는 '이중 브랜드 경쟁'이 붐을 이루고 있다.

대형 마트들에 일종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내놓는 납품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만큼 값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고유 브랜드를 통해서는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이중 전략에서다.

쫓기는 선두업체,'추격자를 따돌려라'


국내 치즈시장의 4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1998년 롯데마트에 체다슬라이스치즈와 앙팡치즈를 공급해온 데 이어 작년에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20~30% 낮춘 PB제품 와이즐렉 체다슬라이스치즈와 와이즐렉 어린이 치즈도 선보였다.

PB제품을 선보인 이후에도 서울우유 자체 브랜드의 치즈 판매량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PB제품의 매출이 월평균 2500만원 추가됐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우유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달리 와인 소비 증가,소득 수준 향상 등으로 치즈시장이 향후 우유시장의 대체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브랜드 다중화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제주감귤주스를 선보인 롯데칠성음료도 곧바로 롯데마트에 PB제품인 '와이즐렉 제주감귤' 공급을 시작했다.

경쟁업체들이 유사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서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2ℓ기준으로 원조 브랜드가 4억1000만원어치 팔린 데 비해 PB제품은 5억6000만원어치나 팔려나갔다.

후발업체들도 '협공만이 살길'


후발업체들의 할인점 PB제품을 통한 선두업체 추격전도 치열하다.

PB제품과 독자 제품을 동시에 출시,시장점유율 1위 제품의 매출을 앞지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1998년 이마트에 할인점업계 최초 PB제품인 '이플러스 우유'를 본사 제품인 '매일ELS'와 함께 선보인 매일유업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올 들어 두 제품의 월평균 매출은 각각 4억5000만원과 5억5000만원인 데 비해 경쟁제품인 서울우유는 월평균 6억원 정도.각각의 판매량은 라이벌제품보다 적지만,합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회사인 '상하'를 통해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기존 제품보다 싼 6가지 치즈 PB제품을 출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일유업의 PB제품이 출시된 이후 기존 제품보다 매출이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화장지 제조업계 3위 업체인 모나리자도 롯데마트와 손잡고 '와이즐렉 프리미엄 화장지'를 선보였다.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를 겨냥해서다.

이순주 롯데마트 홍보과장은 "현재 와이즐렉 PB제품의 월평균 매출은 1억3000만원으로 유한킴벌리의 '크리넥스 컬렉션' 매출(2억5000만원)엔 못 미치지만 가격이 30% 정도 저렴해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