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시장의 다우지수가 11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도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진 9일의 폭락에서 하루만에 벗어났다. 지난 4월 말 이후 한국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들도 매수세로 돌아섰다.

북한의 핵실험이란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이며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금융시장에 폭발적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강세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여건)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시장 메커니즘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 세계 금융시장은 지역적인 이슈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국지적 사건을 지구촌 전체의 공통 문제로 인식하며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만일 10년 전쯤 북한 핵실험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금융시장은 엄청난 소요를 겪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이 같은 패턴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자금의 움직임은 국지적 사건보다는 세계경제 전체의 펀더멘털을 더욱 중시하는 추세다.

국지적 문제가 끼칠 영향이 경제의 근본 기조를 흔들 정도가 아니라면 결국 세계 경기의 추세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주장의 예로 9·11 사태나 마드리드 폭탄 테러 등도 영향이 일시적이었다는 사실이 꼽힌다.

2001년 9·11 사태 직후 다우지수는 9605에서 8235까지 하락했으나 9월22일부터는 다시 상승했다.

2004년 마드리드나 런던의 폭탄 테러 때에는 뉴욕증시가 하루 동안만 영향을 받았다.

현재 국제경제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자금의 60%가량은 달러 계정이다.

자연히 미국의 경제 상황은 국제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로는 미국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연방금리는 연 5.25%로 올랐지만 상대적인 저금리로 평가된다.

이는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

기업들의 실적도 좋다.

11일 알코아를 시작으로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알코아의 3분기 주당 순익은 전년 동기의 2배인 61센트에 달했다.

미국의 주택경기도 바닥을 치고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국제 유가마저 떨어지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산량 감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올해 겨울은 따뜻해 난방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예보가 맞물린 덕택이다.

이처럼 단단한 펀더멘털로 인해 북한 핵실험 사건이 금융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너럴 금융그룹의 미샬라 마르퀴상 전략경제조사국장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불안 요소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면서 "이는 시장이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여러 (긍정적)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증시의 폭락은 국제 자금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더욱 큰 미래 수익' 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외국인들이 폭락하는 한국증시에서 연일 '사자'주문을 내놓는 것이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 상승했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3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사실 등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낙관론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핸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북한 핵실험 사건에서도 "좋은 소식에는 주목하고 나쁜 소식은 애써 무시하려는 투자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