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하시길. 친구결혼식에 갔는데 주례 선생님 목소리가 작아 뒤에선 안들렸다. /주례사가 너무 길었다. 말씀 도중 하객들이 식사하러 갔다. /주례사 내내 무표정이었다. 살짝 웃음 띤 얼굴이면 좋았을 텐데. /주례사 예문이 왜 필요한가. 결혼하는 이들을 위한 진심 어린 축하와 덕담이면 족하지 않은가."

"주례를 처음 맡았다. 조언을 부탁한다. 예문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네티즌의 답변이다. 주례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와 부모 외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주례에 따라 식장 분위기가 좌우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객 앞에 둘의 결혼을 선포하고 예식 뒤엔 두고두고 후원자가 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그러니 주례 부탁은 큰 일이다. 예전엔 국회의원 등 선출직 인사들이 자주 섰다. 기왕이면 유명인사를 모시려는 당사자들의 소망과 결혼식을 통해 선거주민과 만나려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선거철 주말이면 10여건씩 서는 이들도 많았고 누구는 1만4000쌍 이상 맡아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할 정도다.

결국 논란 끝에 1998년 선거구민의 주례를 금지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금은 신랑 신부의 은사 혹은 부모의 친지 등이 주로 맡는다. 주례사 또한 전과 많이 달라졌다. 부모와 당사자 소개에 덕담을 곁들이는 기본골격은 비슷하지만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타인이니 끝없이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이심이체론'도 등장했다.

또 "신랑에겐 '결혼기념일과 아내 생일을 잊지 말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농담이나 가족 얘기를 삼갈 것',아내에겐 '남편의 말을 웃으며 듣고 중얼거리지 말며 남편에게 혼자 지낼 수 있는 휴식시간을 줄 것' 등의 실질적 조언을 하라" 같은 '기억에 남는 주례를 위한 아이디어 10가지'도 나왔다.

가수 싸이의 결혼식 주례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맡는다고 해서 화제다. 정 교수는 명주례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소중한 건 두 사람이 혼인서약서에 맹세한 대로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남편(아내)으로서의 도리를 다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일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