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북한 제재 결의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중국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 둔 제재안을 채택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대응 조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핵실험 발표 직후 북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후진타오 국가 주석)던 중국이 구체적인 결의안 마련 과정에서 급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 핵실험 발표 두 시간 만에 북한의 핵실험은 '한란(悍然)'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란'의 사전적 의미는 '흉폭하고 만행적인,사리분별 없다'는 뜻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가장 극단적인 단어를 골라 북한을 매도한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들조차 외교부 성명에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북한은 싫든 좋든 중국의 유일한 혈맹(血盟)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냉전 체제가 와해되면서 북·중 간 혈맹 관계는 다소 이완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서방의 공격으로부터 북한을 지켜주는 든든한 '형(兄)'이었다.

최소한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동생이 형 등에 비수를 꽂는 꼴'이었다.

중국이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혈맹 관계가 탈색되고 전략적 가치,국가 이익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강경한 대북 제재 조치에 반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략적 국가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에 갖는 전략적 가치는 완충지(buffer)이다.

미국의 군사대응 가능성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한반도의 정세 불안이 중국으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 구도'다. 이 구도만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북한의 또 다른 전략적 가치는 양안(중국-대만) 갈등과 관련 있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중국의 최대 안보 현안은 대만이었다.

북한의 존재는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힘이 대만으로만 쏠림으로써 중국이 져야 하는 막대한 부담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북한에 군사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 전략적 가치는 경제다.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서 중국이 할 일은 오로지 생산력(경제) 발전뿐이라는 덩샤오핑의 유훈을 따르고 있다.

그 유훈에 따라 경제 발전에 저해되는 주변 환경을 철저히 제거하고 실속 없는 국제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외교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군사 대응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 성장 전략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으로 경제 발전이 5~10년 늦어졌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중국이 보다 강경한 경제 제재 조치를 담은 일본의 유엔 결의안 수정안에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철저하게 전략적 이익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그런 중국과 어떤 보조를 취할지는 오늘 중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몫이기도 하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