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해외법인이 재고를 너무 많이 쌓아놓는 바람에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곧바로 반품이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법인들을 본사 통제 하에 두면서 이 같은 부실을 깨끗하게 덜어낸거죠"

국내 최대 MP3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060570]의 양덕준ㆍ김혁균 공동대표는 12일 서울 태평로 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외 재고가 줄어든 만큼 향후 애플 등의 가격 경쟁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올 3분기까지 부실을 털어낸 뒤 4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이룰 계획"이라며 "레인콤은 본래 국내 영업이 강하고 상품 기획력이 좋은 등 펀더맨털(기초체력)이 양호한 만큼 순조롭게 턴어라운드(실적 회복)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두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달 만기가 되는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이 어렵다던데


▲ 김혁균 대표(이하 김 대표) = 10월25일 풋옵션으로 2천700만달러(260여억원)가 상환돼야 한다.

현재 예금으로 400억원 정도 갖고 있어 캐쉬 플로우 상으로 문제 없다.

10월 위기설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환율이 올라 3억원 정도 손해봤으나 지금은 예금을 달러로 바꿔놓고 (상환) 준비를 하고 있다.

--와이브로 사업을 줄이고 MP3P 사업 강화한다 했는데 그렇게 전략을 바꾸면 신모델을 다시 개발할 때까지의 공백이 있지 않나


▲ 김 대표 = 올 4분기에 전자사전과 MP3P 등 3∼4개 모델, 내년 1분기에 또 5개 모델 출시가 확정돼 있다.

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중으로, 애플과 삼성 등과 비교해 우리의 경쟁력이 스피드다.

--김 대표는 여기 오기 전에 컨설팅 맡았는데 레인콤 적자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

턴어라운드 시점은.



▲ 김 대표 = 핵심적인 경쟁력은 괜찮다.

그러나 상품 매니지먼트 등의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 이익을 내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부실이 창출됐다.

해외 영업에서 재고관리, 유통관리 등에서 리스크 계산을 잘 못했다.

해외 영업은 실적 악화의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해외영업이나 신사업, 자회사 등에서 모든 부실을 정리하고 해결하는데 한 달 만에 작업 끝냈다.

4분기부터는 그런 문제로 회계 상의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을 것이며 MP3P와 전자사업을 메인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일부 대주주가 지분 매각해서 매각설이 제기됐는데 양 사장이 지분율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갈 생각이 있는지.

▲ 양덕준 대표(이하 양 대표) = 구체적으로 얘기 못하지만 개인적 지분 매입, 우호지분 확보 등 방법 통해 회사가 안정 찾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예전 1박으로 일본 출장 간 사이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김 대표를 영입해 파트타임 중역 형식으로 구조조정 준비하고 있었는데 얘기가 밖으로 와전되면서 앞뒤가 맞아떨어진거다.

기자들이 내가 회사 팔고 전화는 꺼버린 채 잠적했다고 오해를 했다.

나는 회사 팔 생각이 전혀 없다.

디지털에서 새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

섭섭한 것은 회사 매각설이 돌자 주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웃음) 김 대표를 영입하게 된 이유도 좀 더 못하는 경영보다 본래 취미인 디지털에 빠져보자는데 있다.

--애플과 삼성에 대한 전략은

▲ 양 대표 = 작년 3월 봄 일본 시부야에서 아이리버 존을 오픈하면서 저녁 만찬을 열어 현지 아이리버 마니아들을 만났다.

이 중 일본 고등학생 하나가 내게 와서 화를 내더라. 아이리버는 아이리버로서 충분한데 왜 애플과 비교하냐고 했다.

큰 쇼크였다.

제품 개발하며 채널(유통망) 논리에 휘말렸고, 결국 채널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아이리버의 '컬러'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쓰는 노트북도 애플의 '맥북'인데, 사실 애플을 존경한다.

애플을 꺾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였다.

아이팟 의식하며 그걸 기반으로 다른 제품 만들려고 하니 결국 아이팟 짝퉁이 나오더라. 앞으로는 정말 아이리버다운 제품으로 승부하겠다.

S10을 내놨는데 마음에는 썩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리버의 정체성을 살린 첫 제품이라고 본다.

--1GB(기가바이트)급 제품이 10만원대 이하로 또 가격이 떨어졌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 양 대표 = 과거에는 월드와이드 재고가 많아 '가격 폭탄'을 맞으면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었으나 이제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은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여기에 유연하게 따라갈 것이다.

--S10이 아이리버다운 첫 제품이라 했는데 그 이유는

▲ 양 대표 = 과거 U10을 계승한 제품이다.

인터페이스가 쉽고 하드웨어 집적도를 높였다.

앞으로도 설명서 없이도 쓸 수 있는 쉬운 인터페이스에 집중할 생각이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신선하게 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항상 두 걸음 앞서가는 제품이 '아이리버다움'이다.

--해외 법인 구조조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나

▲ 김 대표 = IR에서 말해야 할 부분도 있다.

크게 말하자면 과거 이 법인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됐고 재고가 방만하게 많이 쌓이는 구조였다.

이제는 그런 부문을 본사에서 엄밀하게 통제한다.

--레인콤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말하는데 그 근거는

▲ 김 대표 = 그로스 마진이 27%에서 52%까지 나오는 등 회사 이익율이 좋다.

해외 비지니스에서 돈 못 벌어도 국내 영업에서 모든 비용을 벌 수 있게 했다.

상품 기획 능력도 좋고 S10 등의 반응도 좋다.

S10에 들어간 기술력은 전문가가 분해해 보면 다들 놀랄 정도다.

그 정도 집적해서 넣을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중국 광둥성의 생산 시설도 제조 설비가 우수하고 인력 숙련도가 뛰어나 제품 안정성에 한 몫하고 있다.

--와이브로 제품은 향후 어떻게 내놓을 것인가

▲ 양 사장 = 기간 서비스만 정착되면 할 것이다.

이미 제품 개발과 관련 게이트까지 다 마친 상태라 부담이 적다.

서비스 실시 상황에 따를 생각이다.

--해외 시장은 이제 어디를 집중할 생각인가

▲ 김 사장 = 미국, 유럽, 일본은 유통 시장의 힘이 너무 커 제조사가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유통 측의 마진이 국내의 두배 가까이 된다.

이런 쪽은 이제 B2B(기업대기업) 시장이나 온라인 판매 쪽에 집중하고 중동, 남미,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중국은 저가 제품 경쟁이 너무 심하다.

해당 성(省)의 방송사업자 등에 우리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단말기 등을 대거 납품하는 B2B 전략 등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