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할 것 없이 성장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고 독서에 몰두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파묵은 명문 로버트 칼리지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스탄불 공대 건축학과에 입학한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3학년 때 자퇴했다.

1974년 전업작가가 될 것을 선언하고 이스탄불 중심가의 겨울집필실과 인근 헤이벨리 섬에 있는 여름집필실을 오가며 글쓰기에만 전념해왔다.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79년.첫 소설 '제브데트씨와 아들들'이 '밀리예트 신문' 공모에 당선되면서부터다.

1982년 출간한 이 작품으로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수상하며 터키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작 '새로운 인생'은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내 이름은 빨강'은 35개 국가에서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파묵의 작품세계는 동서문화가 교차하는 터키 역사의 다채로운 탐사작업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소설 '하얀 성'은 동서문화의 화해라는 주제에 관한 특별한 모색과 상상력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 이름은 빨강'은 우물에 빠뜨려져 죽은 세밀화가의 죽음을 파헤치는 역사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면서 그 바탕에 목숨 건 사랑 이야기를 깔고 있다.

동서문화의 충돌 속에서 제국의 쇠락에 저항하는 세밀화가들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신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이들의 예술적 열정을 잘 버무려 파묵은 일약 '현존하는 세계 최고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파묵은 현실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2월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3만명의 쿠르드인과 10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죽임을 당했다"며 터키 정부의 대학살을 비판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터키 정부는 그를 즉각 기소했고 세계 유명 작가들이 그의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모부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는 파묵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기도 했다.

파묵은 뤼야(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딸)와 소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은 딸과 함께 보낼 정도로 뤼야를 끔찍이 아낀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남은 생애를 수도승처럼 방 한구석에서 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독자의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뺏을 수 있을까 계산하면서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하얀성'(문학동네),'눈'(전2권·민음사),'내 이름은 빨강'(전2권·민음사),'새로운 인생'(민음사) 등이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