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단체 조사 '뭔가 있다' 對 `확증 없다'

대학 시설로 쓰이고 있는 고성(古城)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보고가 잇따라 대학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문제의 건물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수도 빅토리아 교외의 로얄 로드 대학(RRU)내 고딕 양식의 성 '해틀리 캐슬'.

12일 밴쿠버 선 보도에 따르면 이 성에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등의 기이한 일을 경험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한 직원은 주방에서 나는 주전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가보니 흰 연기 같은 형체가 떠다니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건물 3층에 있는 관광.호텔경영학부의 낸시 아스놀트 학장은 저녁에 혼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웅성거리면서 3층 출입문을 흔드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시작하자 같은 소리가 나 이번에는 3층 전체의 문과 창문을 확인했다.

모두 잘 잠겨있었다.

다시 한번 문 흔드는 소리가 들려 "누구 있어요?"라고 외치며 문과 창문을 다시 확인해 보니 분명히 잠겨 있었던 창문 중 하나가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다 나온 한 사람의 얘기라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다양한 경험을 증언하고 있으니 뭔가 있지 않나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학당국은 초자연적 심령현상 연구회(SPRITS)에 조사를 의뢰했다.

연구회 회원들은 건물을 샅샅히 조사한 뒤 "활동이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나타샤 캐보트 연구회 부회장은 "우리 회원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회색 물체와 검은 그림자 등 두 형체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1908년에 지어진 이 성은 한때 사관학교로 사용됐는데 그 당시부터 귀신 얘기가 나돌았다고 대학 직원들은 전했다.

밤에 잠자는 생도들의 담요를 잡아당기는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성을 지은 제임스 던스뮈어의 아내 로라가 귀신이 돼 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아들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던스뮈어가의 한 하녀가 남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뒤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도 유령 추정의 근거가 되곤 했다.

조사에 동행한 대학 직원 로먼 바네사는 "귀신 얘기가 매우 그럴 듯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오룡 통신원 or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