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눈감은 '샤워실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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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경기부양에 한목소리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용하지 않겠다던 참여정부의 '금기'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변수를 만나 단숨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은 한낱 핑계거리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미 정부에 수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을 촉구해왔고,경제부총리도 얼마 전부터 '리밸런싱(rebalancing)'을 생각할 때라며 슬슬 군불을 때오던 터다. 사실 경기도 경기지만 지금의 지지율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여당이 아니질 않은가. 어차피 부양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시점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경기부양은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쓸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게 세금과 예산을 조정하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뿐인데 지금으로선 둘 다 여의치 않아서다.
재정을 동원한 경기확대라는 고전적 부양책은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경험했듯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가 조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던 물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집 값도 다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넘치는 유동성을 자극할 뿐이란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부터 금리인하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의 말대로 금리의 방향성을 놓치면 시장만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몇 년 전 아픈 경험이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얘기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리고,건설경기를 자극한 결과는 너무나 심각했다.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찬 물과 뜨거운 물의 수도꼭지를 갑작스럽게 좌우로 돌려대는 소동을 거듭하고서야 적당한 온도를 맞춘다는 '샤워실의 바보'들이 벌인 경기부양의 결과였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법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라는 두 가지로 국한시켜서 그렇지,해법은 도처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 스스로 경기부양이라는 금기를 깨겠다고 나선 만큼 다른 금기도 함께 깨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다.
며칠 전 하이닉스반도체의 중국공장 준공식은 조용하게 치러졌다. 최첨단 시설을 중국에 내보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로 이천공장의 증설이 불가능해지면 공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중국공장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회사의 생각이다. 13조원짜리 투자다. 생산성과 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도그마에 빠진 참여정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마찬가지다. 재벌 규제라는 실효성을 잃은 명분만 벗어던지면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기업들은 수도권 규제와 출총제만 없애도 42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의 투자가 고용증대와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경기의 선순환을 외면한 채 만만한 부양책이 없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손쉬운 방법엔 눈 감은 채 다시 샤워실의 수도꼭지를 잡고 통사정하려는 바보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
하지만 북한 핵실험은 한낱 핑계거리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미 정부에 수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을 촉구해왔고,경제부총리도 얼마 전부터 '리밸런싱(rebalancing)'을 생각할 때라며 슬슬 군불을 때오던 터다. 사실 경기도 경기지만 지금의 지지율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여당이 아니질 않은가. 어차피 부양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시점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경기부양은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쓸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게 세금과 예산을 조정하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뿐인데 지금으로선 둘 다 여의치 않아서다.
재정을 동원한 경기확대라는 고전적 부양책은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경험했듯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가 조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던 물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집 값도 다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넘치는 유동성을 자극할 뿐이란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부터 금리인하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의 말대로 금리의 방향성을 놓치면 시장만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몇 년 전 아픈 경험이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얘기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리고,건설경기를 자극한 결과는 너무나 심각했다.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찬 물과 뜨거운 물의 수도꼭지를 갑작스럽게 좌우로 돌려대는 소동을 거듭하고서야 적당한 온도를 맞춘다는 '샤워실의 바보'들이 벌인 경기부양의 결과였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법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라는 두 가지로 국한시켜서 그렇지,해법은 도처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 스스로 경기부양이라는 금기를 깨겠다고 나선 만큼 다른 금기도 함께 깨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다.
며칠 전 하이닉스반도체의 중국공장 준공식은 조용하게 치러졌다. 최첨단 시설을 중국에 내보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로 이천공장의 증설이 불가능해지면 공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중국공장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회사의 생각이다. 13조원짜리 투자다. 생산성과 경쟁력은 도외시한 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도그마에 빠진 참여정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마찬가지다. 재벌 규제라는 실효성을 잃은 명분만 벗어던지면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기업들은 수도권 규제와 출총제만 없애도 42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의 투자가 고용증대와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경기의 선순환을 외면한 채 만만한 부양책이 없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손쉬운 방법엔 눈 감은 채 다시 샤워실의 수도꼭지를 잡고 통사정하려는 바보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