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아쿠리 < HSBC 부대표 ㆍ sebastianarcuri@hsbc.com >

한국에 부임해 처음 맞이한 한국의 가을은 참 청명한 느낌이다.

'천고마비'라는 표현처럼 맑은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아 보이며 수확을 앞둔 황금 들판과 붉어가는 단풍은 지난 계절 동안 땀 흘린 결실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수확과 결실의 계절인 가을은 마치 우리가 보낸 지난 봄과 여름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가을은 인간의 라이프 사이클로 보면 열심히 일한 다음의 풍요한 결실 속에서 제2의 계획을 세우는 은퇴의 시점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인생의 가을을 어떤 식으로 보내고 싶어할까?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은퇴 이후의 생활을 휴식 및 휴양의 시간과 더불어 새로운 삶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서베이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70% 정도(중복 답변)는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하며,63%는 여행을,약 50%의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하거나 새로운 취미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전에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기를 희망할까? 한국 사람들은 약 83%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며,90%는 여행을,약 80%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기 원하며,74%는 무급 자원봉사 일을,51%는 새로운 종류의 일을,34%는 계속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람들이 휴식과 새로운 삶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적극적인 노후(老後)생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정적인 한국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다이내믹한 삶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우면서도 존경스럽다.

뚜렷한 사계절과 함께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인생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가을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풍성한 결실을 맞이할 가을을 위해 봄과 여름의 노력과 땀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러한 다이내믹하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서도 사람들은 은퇴 후의 꿈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노후 계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계획과 준비 속에서 한국 사람들이 보다 역동적인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