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색이 무르익고 있다.

들녘 가득한 황금빛 결실에 마음이 넉넉하다.

온 산의 오색 단풍도 소리없이 남으로 번지고 있다.

산정의 은빛 억새는 그 수수한 맵시를 가다듬고 있다.

나들이 길이 절로 흥겨운 때다.

가뭄 탓에 단풍색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자연의 그 오묘한 색조화를 향한 마음을 누를 수는 없는 일.가볍게 차려 입고 길에 올라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오대산=상원사에서 주봉인 비로봉으로 오르는 능선의 단풍이 일품이다.

잔잔한 색조의 단풍이 남다른 기품을 느끼게 한다.

시간을 할애해 비로봉 정상에 올라보자.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적멸보궁 일대의 풍치가 기막히다.

오대산 입구에서 월정사에 이르는 1km의 전나무길은 마무리 산책을 하기에 아주 좋다.

내친 김에 노인봉 소금강도 찾아보자.세차게 내리꽂히는 폭포와 그 옆에 흔들리는 단풍빛이 신선하다.

○주왕산=산 들머리의 단풍이 아주 멋지다.

대전사에서 시작되는 주방계곡 트레킹이 즐겁다.

바위벽이 높게 솟구친 학소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린 돌단풍이 이채롭다.

정상 내원마을까지 이어지는 산행길 역시 폭포와 소,담이 어울려 특유의 가을색을 즐길 수 있다.

주산지는 사진포인트로 잘 알려진 곳.암산에 가득한 단풍,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왕버들 그리고 물안개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계룡산='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의 갑사계곡 단풍이 좋다.

계룡산 7개 계곡 중에서도 단풍이 좋기로 유명한 계곡이다.

진입로변 시골집 마당의 감나무 풍경이 정겹다.

불당과 탑,부도가 어울린 갑사 일대의 노란 단풍색이 남다르다.

특히 용문폭포 일대의 단풍을 알아준다.

산 너머 남매탑과 동사사로 이어지는 암릉 길가의 울창한 숲에서도 은은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월출산=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암산이다.

저마다 전설과 사연이 전해지는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기암괴석과 새빨간 단풍과 어울려 빚어내는 조화가 월출산 사계의 백미로 꼽힌다.

출렁대는 구름다리를 건너며 보는 단풍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산중턱 미왕재에 가득한 억새밭 풍경 역시 가을의 정취를 돋워준다.

○적상산=산악인들이 좋아하는 단풍 명소다.

가을이면 단풍이 빨간 치마를 두른 듯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고려 공민왕 때 최영 장군이 쌓았다는 적상산성과 고려 충렬왕 때의 사찰 안국사가 있다.

매표소에서 이어지는 길이 가파르지 않아 가족끼리의 오붓한 가을산행을 만끽할 수 있다.

안국사까지의 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차를 타고 편안하게 단풍을 감상할 수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