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일본 한국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3개국 순방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 내느냐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다소 미온적인 중국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와관련,니컬러스 번즈 미 국무부 차관이 16일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서 화물 검색을 시작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는 중국이 1400km에 달하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드나드는 트럭들을 멈추게 하고 검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17일부터 22일까지 3개국을 순방하며 각국 외교장관과 대북결의안 이행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

19일에는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자마자 라이스 장관이 3개국 방문에 나서는 것은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3개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태도가 대북 제재 성공 여부의 관건이라는 시각을 미국은 갖고 있다.

3국 순방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은 안보리 결의 이행과 기존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위한 협력을 구하는 게 첫 번째다.

또 "동북아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다자안보 틀을 구축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선 안보공약을 재확인하며 중국에 대해선 대북 협력관계를 다지는 것"이라는 게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 중 중국에 대해선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한국에 대해선 PSI 참여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15일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책임에 맞게 행동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각종 대량무기 프로그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에너지 및 물자 지원을 중단하라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북한 석유소비량의 전량을 공급하는 중국의 지원 중단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CNN과의 회견에서 "가능한 한 해상검색을 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검색문제를 토대로 다른 제재안에 대한 중국의 적극 협조를 끌어낼 방침임을 시사했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에 대해선 PSI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7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PSI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매코맥 대변인은 "한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PSI에 대한 협력 혹은 참여 수준을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와 함께 관심이 되고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할 전망이다.

그러나 어떤 강도를 띨지는 미지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에 앞서 "북한 정권에 혜택을 주는 모든 프로그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대북사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이처럼 라이스 장관 손에 들린 '압박 메뉴'는 상당하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 모두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을 분위기여서 자칫하면 '정치적인 순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엔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