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물방울과 같은 미약한 존재다.

잠깐의 바람이나 햇볕에도 말라 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하루살이처럼 명멸을 거듭한다.

하지만 물방울이 비구름을 만나 강물이 되어 흐르면 '운명'도 달라진다.

웬만한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과연 어떤 기업이 도도한 강물이 되어 흐르는가.

올해로 창립 159년을 맞는 독일 지멘스의 창업주 베르너 폰 지멘스는 궁핍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동생들을 챙기기 위해 군대에서 대부분의 청춘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30세의 나이에 창업한 지멘스는 유럽 최고의 전자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업은 성장해야 한다"는 창업자의 유지가 지켜진 결과다.

자전거용 타이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두아르 미쉐린.그가 1889년에 설립한 프랑스 타이어 업체 미쉐린은 100년이 넘도록 세계적인 업체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신기술을 향한 창업자의 열망이 후대에 그대로 계승됐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스웨덴의 한 시골에서 태어난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는 20세 때 미국 금융가를 한 번 둘러보고 와서는 사람이 변했다.

오랜 준비 끝에 40세에 스웨덴 최초의 상업은행을 설립한 뒤 은행 주도의 부실 기업 정상화 작업을 통해 스웨덴 최고의 기업을 일구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4대 또는 5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면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멘스는 2차대전이 끝난 뒤 나치정권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총수가 구속되고 그룹은 해체명령을 받았다.

미쉐린은 2차대전 중 공장이 전소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했던 창업자의 '기업가 DNA'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조직과 경영 방식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너십 경영 자체에 절대적인 비교우위가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 모든 기업들이 배우고자 하는 '도요타 웨이(Toyota Way)'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요타의 창업정신과 맞닿아 있듯이 선대의 기업가 정신을 후대에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결코 폄하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연령은 40세다.

일본 100대 기업과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수명 또한 30세를 겨우 넘기는 정도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이제 겨우 68세에 도달한 상태다.

100년,150년이 넘도록 세계 초일류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기업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요체'는 무엇이며,이들 초일류 기업의 오너십 경영은 정말 악(惡)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