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의 대북 조치가 강경 일변도로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밤 9시5분부터 20분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대화를 통해 북한 핵실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상황이 어려울수록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현재 상황을 핵실험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은 6자회담 당사국 간 적극적인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재를 일방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당사국 간 조율된 조치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로써 지난 13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와도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북핵 문제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노 대통령은 17일 방한하는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를 접견,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날 전화 접촉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이 미·일의 대북 압박조치 강화로 한반도 주변의 위기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적 '완충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이날 "제재는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으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정부의 대응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는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효과 지향적인 제재 방식'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대북 응징'이라는 상징적 의미만을 갖는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변인은 경협의 지속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각 부처와 조정 회의를 해 나가면서 최종 판단을 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