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민자들이 없었더라면 LA시는 오늘날의 '기업가 정신으로 가득찬 열정의 도시'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더 많은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이 LA의 부동산에 투자하고,LA에서 사업을 벌이길 희망합니다."

최근 '제4회 한·미 태평양연안 6개주 비즈니스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은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과의 좌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정계의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이 회장과 함께 양측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에서부터 최근의 북핵사태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이날 이 회장과 한-LA 간 경제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양측의 유력 기업들로 구성된 '비즈니스 서밋'을 매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사회=한-LA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나.

◇이 회장=LA는 한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다.

우리 교민 70만명이 살고 있으며,매년 20만명이 찾는 도시다.

이번 MOU(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경제사절단 교환 방문을 비롯 투자정보를 교환하고,합작투자를 지원하는 등 새로운 차원의 협력단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비야라이고사 시장=한국과 LA의 교역규모는 180억달러로 웬만한 국가와의 거래보다 크다.

그러나 LA와 한국의 관계는 더욱 발전할 여지가 많다.

지난해 웹진과 SK텔레콤이 LA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조만간 LA 한인타운에 세워질 2억2000만달러 규모의 대형빌딩에 한국기업들이 대거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LA는 세계 주요 도시는 물론 미국 내 다른 도시들과도 경쟁해 한국의 비즈니스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회=한국인들의 LA 부동산 투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야라이고사 시장=(탁자 위에 반쯤 찬 물컵을 들어보이며) 어떤 이는 이 컵을 보고 "거의 비었다"고 할 것이고,다른 이는 "물이 많이 찼다"고 얘기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LA 부동산 투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지만,LA시장으로서 "한국인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가.

적절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함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LA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냉각기에 접어든 만큼 오히려 적절한 투자시기라고 본다.

◇이 회장=한국정부는 올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외환자유화 계획을 마련해 해외투자 규제를 많이 완화했다.

이제 개인도 해외에 100만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한국 투자를 늘리려는 LA시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협상이 늦춰지고 있다.

◇이 회장=이번 회의에 참석한 미국측 주정부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미 FTA의 조속한 타결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FTA의 협상 당사자는 미 연방정부지만,연방정부를 움직이는 건 주정부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야라이고사 시장=한국에 FTA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힘,시장의 힘은 되돌릴 수 없는 추세가 됐다.

한·미 FTA가 대표적인 예다.

◇사회=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이 회장=지난 3일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한 직후 요동을 쳤는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다음날부터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리란 우리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 북핵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어간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본다.

◇비야라이고사 시장=한국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며,단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민의 강철같은 의지를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사회=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비야라이고사 시장=LA가 기업가적 정신이 가득찬 열정의 도시가 된 주요인 중 하나는 이민자,특히 한국 이민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LA는 한국인을 비롯한 꿈을 가진 이민자들이 많이 찾았기 때문에 풍요로워졌다고 믿는다.

LA는 한국과 함께 번영하기를 희망하며,앞으로 한-LA의 우정을 더욱 증진시킬 것을 약속드린다.

정리=오상헌·사진=허문찬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