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대폭 축소 하도록 하는 정부의 민영의료보험제도 개선안을 놓고 정부와 보험업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보험업계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면서 "정부안대로 제도 변경이 이뤄지면 생보업계는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반발했다.

생보협회는 정부 관련 부처와 보험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민영의료보험제도 개편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손보사에 이어 생보사까지 정부의 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법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영보험이 과잉진료 유발?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최근 민영의료보험의 영역을 현행 본인부담금과 비(非)급여(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료) 가운데 비급여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는 의료비의 본인부담금 100%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 민영의료보험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과잉진료를 유발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민영의료보험은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말고 MRI 등 고가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비급여 부분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19일 소위원회를 개최한 뒤 24일 전체회의를 갖고 법제정 작업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도 정부 방안과 같은 내용을 담은 민영 의료보험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할 듯

보험업계는 "그동안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를 민영의료보험에서 보장하는 기능을 해 왔는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공보험의 기능 강화를 위해 민영보험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보험사의 실손형보험에 가입한 김씨가 △건강보험공단 부담액 60만원 △법정 본인부담액 30만원 △비급여 10만원 등 총 100만원의 진료비가 나왔다면 현재는 본인부담액과 비급여 부분까지 모두 보험사에서 지급한다.

실제로 본인이 따로 지출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영역이 비급여 부분으로 제한되면 김씨는 본인부담금 30만원을 직접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 중 순수 본인부담 의료비 12조5000억원(2004년 기준)의 35%에 해당하는 4조4000억원을 민영보험사에서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비급여 항목으로 제한하면 국민들이 그만큼 의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생존기반 흔들

보험사들이 제도 개선안에 반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보험산업 발전에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손보사의 민영의료보험 수입보험료는 2005년 7조8800억원.손보업계 전체 수입보험료(24조7000억원)의 31.9%를 차지한다.

손보사 한 임원은 "자동차보험의 누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손보사들이 버티고 있는 것은 민영의료보험을 축으로 하는 장기손해보험의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영의료보험의 영역 제한은 보험사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