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

그룹의 양대 주력계열사인 LG전자LG화학이 지난 3분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한 것.두 회사는 지난 상반기 창사 이래 유례없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그룹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LG그룹은 두 회사의 3분기 '턴어라운드'로 그동안 시장에 떠돌던 비관적 전망을 일소하며 침체 분위기를 털어내게 됐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지난 3분기 △매출 6조542억원 △영업이익 1972억원 △순이익 227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각각 4.5%,3.5% 늘어난 수치다.

같은 날 발표된 LG화학의 실적 개선폭은 훨씬 컸다.

△매출 2조4825억원 △영업이익 1081억원 △순이익 1217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각각 9.2%,125.2%,169.8%나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실적이 모두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며 "4분기에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LG그룹이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라는 반응이다.


LG전자,흑자로 반전

LG전자가 기록한 3분기 영업이익 1972억원은 시장의 예상치였던 1600억원 중반대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순이익은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지분법 손실(-1406억원)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분기 9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LG전자의 3분기 턴어라운드를 이끈 것은 글로벌 히트 제품인 초콜릿폰과 타임머신TV의 선전이었다.

지난 1,2분기 영업적자를 냈던 휴대폰 사업부문은 초콜릿폰 덕분에 3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도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3.7%에 달했다.

디지털디스플레이 사업부문도 타임머신TV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04.8%나 늘어났다.

디지털TV의 판매량은 2분기에 비해 50% 증가했다.

유화 시황이 LG화학 실적 견인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125%가 넘게 상승한 건 지난 2분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다.

2분기에는 원료인 나프타가격이 급등한 데 반해 에틸렌을 비롯한 제품가격은 일제히 곤두박질쳐 최악의 상황이었다.

3분기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유가 하락으로 원료가가 안정세를 보였고 중국과 중동 석유화학 업체들의 신증설이 연기되면서 제품가격은 크게 올랐다.

기초유분인 에틸렌 가격의 경우 2분기 t당 1090달러에서 3분기 1331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55억원 적자에서 3분기 62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LG화학은 2차전지,편광판 등 정보기술(IT) 소재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정보전자소재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가 21.1%,44.3% 증가하는 등 IT 시황의 덕도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한숨은 돌렸는데

LG그룹은 3분기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함에 따라 일단은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구조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LG전자의 경우 제2,제3의 초콜릿폰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LG화학도 중국과 중동 업체들의 신증설 지연으로 3분기 실적개선을 달성하긴 했지만 내년 이후에는 이 업체들이 저가 물량을 대거 쏟아낼 전망이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차별화 제품을 최대한 많이 개발하는 데 사운을 걸어야 할 것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