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의 1차 핵실험때 `반짝' 매수한 이후 연일 `팔자'를 지속,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가뜩이나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한 국내 증시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최근 행태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매도 트렌드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면서 북핵 사태와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엇갈린 행보..이번엔 `팔자' =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변동성이 심화된 가운데 1천855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2일 이후 닷새째 `팔자'로, 이 기간 순매도 규모가 4천2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1차 북핵사태가 시작된 지난 4일 995억원 순매수를 필두로 11일까지 나흘 연속 7천237억원을 사들인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에 대해 증시 일각에서는 1차 핵실험 때 단기차익을 노리고 유입된 투기성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북핵사태 시각은 대체로 `중립'= 이번 북핵 사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대체로 `중립'이다.

핵 실험의 위험성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미 과거부터 존재해온 리스크라는 점에서 군사적 충돌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되지만 않는다면 기존 포지션을 급격히 전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리먼브러더스증권 윤용철 전무는 "전세계 언론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북핵 위험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투자관련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크게 고려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리스크도 엄밀하게 보면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

핵 보유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내용이며 군사적인 충돌 및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만 아니면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임팩트는 미미하다"면서 "1차 핵실험 발표 때 외국인이 산 것은 주가가 빠지기 때문에 산 것일 뿐이며 최근에 파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등의 요인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 지 모르기 때문에 북핵관련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라며 "북핵 위기로 거래대금이 많이 줄어 최근 외국인의 매도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지 규모 자체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환율과 기업실적 등이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앞으로 추가로 발표될 기업 실적이 많이 남아 있어 실적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매도는 장기 트렌드" = 지난 17일 현재 유가증권시장내 외국인 시가총액비율은 38.04%. 작년말 39.70%에서 올 2월초 41.07%로 높아진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장기 트렌드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30% 수준까지 내려가야 매도 공세가 멈출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1차 핵실험 때 외국인이 주식을 산 것은 주가가 워낙 빠진데 따른 일시적인 반응"이라면서 "이제 다시 매도 추세로 복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면서 그간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간접투자가 정착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매도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9조2천754억원에 달한 가운데 기관투자가는 9조9천718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