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자주 접하고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눈을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행복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운명처럼 만난 작품 앞에서 수 없이 서성이다가 여러 이유로 작품을 놓치게 되면 그 작품이 한동안 눈에 어른거리고 그리워진다.

쾰른 아트 페어에서 만난 어느 독일 컬렉터는 예술품 구입에 배정된 예산을 초과하는 작품에 매료되면 그 순간부터 가슴 타는 고통의 순간이 이어진다고 했다.

이 독일인은 동양의 정적인 미를 한껏 발산하는 한국 미술계 원로 하종연 선생의 작품에 푹 빠지게 됐다.

마로 된 캔버스 위에 고려청자의 푸른 색으로 베어 나온 물감들 그리고 두껍게 베어 나온 물감 위에 흩어져 우연의 효과로 만들어진 무늬들이 동양의 깊은 참선을 깨닫게 해 주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아트 페어 기간 동안 고가의 가격때문에 쉽사리 구입은 못하고 매일매일 미간을 찌푸리며 감상을 했다.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결국 아트 페어 마지막 날 구입을 결정했는데 아트 컨설턴트와 상의를 마치고 난 뒤였다.

독일 컬렉터의 사례는 아무리 예술품이 마음에 들더라도 구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판단 뿐만아니라 아트 컨설턴트의 조언을 듣고 서야 소유를 결정했다.

아트 컨설턴트가 끝까지 반대했더라면 그는 구입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운명과 작품을 만나더라도 잠시 한걸음 물러나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조언도 들어보고 자신의 컬렉션과 성격이 맞는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술품을 보는 안목이 더욱 높아질 텐데 그 때도 여전히 지금의 작품을 좋아하게 될지도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구입을 했다간 시간과 함께 바래져가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예술품의 값어치도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구입결정을 하고도 성공적인 컬렉션을 만든 경우가 있다.

독일의 가장 젊고 성공한 미술품 컬렉터인 29살의 릭 라인킨은 독일 동시대 미술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로버트 로쉔버그 1975년 작품과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만 레이의 작품을 헐값에 구입했다.

그의 컬렉션은 세계미술 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해마다 그 값어치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문가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가난한 학생시절부터 매일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현대 미술을 관람하는 안목을 길렀던 것이다.

일반인이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선택이다.

미술품 투자에도 뜨거운 열정과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

예술품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전문가의 충고를 차분히 참고하려는 자세가 있다면 감상과 투자 양쪽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