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한국애니텍소프트 대표는 컴퓨터를 이용해 작곡할 수 있는 피아노 '피아니아'를 개발했지만 시장 개척에서 애를 태웠다. 그러다 지난해 이맘때 열린 인케(INKE·한민족 글로벌벤처 네트워크) 행사에서 일본 후쿠오카 지부 김선민 의장을 만나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았다.

김 의장은 "음대를 졸업하고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피아니아가 일본인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 회사에 15만달러를 직접 투자한 뒤 샘플을 만들어 일본 바이어를 찾아 다녔다.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지난 8월 일본의 IT업체인 엠넷과 5000대 10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한데 이어 2차 물량 200만달러어치도 확보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처럼 인케를 통한 해외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20개국 28개 인케 지부를 통한 수출 누계 실적이 연말까지 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06 인케 총회'를 공동 개최한다.

해외 상설전시장 통한 시장공략

내달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최고 중심가인 민스카야 거리에 한국 벤처기업들의 제품을 상설 전시하는 '코리아 IT갤러리'가 문을 연다.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주상복합건물인 멀티콤플렉스골든키 1층에 250㎡ 규모로 개설되는 코리아IT갤러리에는 국내 16개 벤처기업이 입주한다.

모스크바 지부가 벤처기업협회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개설하는 첫 번째 인케 전시장이다.

김태철 모스크바 지부 의장은 "연말까지 40개 기업을 입주시켜 약 1000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밴쿠버 버나비센터빌딩 2층에 마련된 인큐베이팅센터에는 이룸테크놀로지 바이오인터내셔널 아이그룹캐나 등 7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김태형 밴쿠버 지부 의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기업을 20여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부(의장 전요섭)는 훽스트산업단지에 연면적 7885㎡ 규모의 한독비즈니스센터를 내년 상반기 중 문을 열고 독일에 진출하려는 한국 벤처기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인케 통해 총 2억달러 수출 달성

인케 지부를 통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수출 규모가 올 상반기까지 1억5000만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스크바 지부는 현대아이티의 LCD 및 TV모니터를 러시아 유통회사 에이치엠엠을 통해 4300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멕시코시티 지부(의장 박성근)는 지난 4월 DVR제어 소프트웨어 약 300만달러어치를 멕시코의 한 IT업체와 수출계약을 주선했다.

또 시드니 지부(의장 맹응주)는 디지털 셋톱박스 생산 업체인 제닉스의 호주 수출처를 개척해줬고 자카르타 지부는 인도네시아 의료 관련기업과 국내 의료업체 간의 상담회를 열고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남민우 인케 의장은 "올 연말까지 수출총액 2억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케사업 전문화 나서기도

자카르타 지부(의장 성백무)는 방송기자재 및 방송솔루션 수출을 위해 지난 6월 SBSi와 현지 합작법인 GMC를 설립했다.

성백무 의장은 "인도내시아 방송사 2곳과 방송기자재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지부(의장 이강현)도 최근 '인케재팬' 법인을 설립했으며 제다 지부(의장 서호경)는 이달 말 '인케사우디' 법인을 설립한다.

특히 뉴욕 지부(의장 레이먼드 강)는 올해안에 헤지펀드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내는 일종의 모태펀드인 PCP펀드를 운영하는 별도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